
아직 단 한 대의 차량도 판매하지 않은 신생 전기차 브랜드 ‘스카우트(Scout Motors)’가 미국 자동차 유통 생태계의 근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11페이지 분량의 공문을 통해, 스카우트는 각 주(州)에 존재하는 전통적 자동차 딜러 프랜차이즈 법의 폐지를 요구했다. 해당 법령들은 자사 차량의 소비자 직판을 가로막는 반경쟁적 규제라는 주장이다.
스카우트는 폭스바겐 그룹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2026년 ‘트래블러(Traveler)’ 전기 SUV와 ‘테라(Terra)’ 전기 픽업을 출시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기도 전에, 이처럼 강경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사 차량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딜러법은 새로운 브랜드의 출현 자체를 막는다”
스카우트의 대관업무 담당 부사장 블레어 앤더슨(Blair Anderson)은 미국 법무부 산하 ‘반경쟁 규제 조사 태스크포스(Anticompetitive Regulations Task Force)’에 제출한 공식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주(州) 자동차 프랜차이즈 법은 지금의 자동차 산업 상황과 동떨어진 채, 기존 딜러 네트워크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법적 방패’로 변질됐다. 이러한 법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앤더슨은 특히 “미국 경제 전체를 통틀어 이처럼 반경쟁적이며 혁신을 방해하는 법령이 집중된 산업은 자동차 유통 산업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테슬라, 리비안도 겪은 ‘직판 vs 딜러’ 전쟁
스카우트의 이 같은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테슬라, 리비안, 루시드, 폴스타, 비인패스트 등 소비자 직접 판매(Direct-to-Consumer, DTC) 방식을 택한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주 법령에 가로막혀 소송과 정치적 로비에 시달려 왔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일부 주에서 차량 판매를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지대(Native American tribal lands)의 법적 예외조항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반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딜러와의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폭스바겐 그룹 또한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등의 브랜드로 미국 딜러들과 긴밀한 계약 관계를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딜러 업계는 “스카우트 또한 폭스바겐 그룹 소속 브랜드”라며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스카우트 측은 “스카우트는 완전히 별도의 브랜드이며, 독립적인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선을 긋는다.
백악관 태스크포스까지 동원한 정치적 압박
스카우트가 이번 공문을 전달한 ‘반경쟁 규제 태스크포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행정명령을 통해 설립한 조직이다. 목적은 “미국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며, 스카우트는 딜러법 폐지가 이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스카우트의 행보는 단순한 신차 출시 전략을 넘어, 미국 자동차 유통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차량 출시는 아직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스카우트는 미국 최대 로비 세력 중 하나인 ‘전통 자동차 딜러 시스템’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싸움의 승패는 알 수 없지만, 전기차 시대의 유통 방식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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