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의 과잉투자와 출혈경쟁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국 모든 성(省)이 반드시 전기차 산업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방정부의 중복된 전기차 투자와 과잉설비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중국 EV 산업 전반에 걸쳐 급증하는 브랜드와 생산능력, 그리고 심화되는 가격경쟁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던 중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기세만큼이나 커다란 부작용에 직면해 있다. 특히 BYD를 필두로 한 업체들이 차량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춰 경쟁사를 압박하는 전략을 이어오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 중 하나인 BYD 시걸(Seagull)은 8,000달러대라는 놀라운 가격을 자랑하지만, 이같은 가격 책정이 가능한 배경에는 소규모 협력업체에 대한 과도한 단가 인하 요구와 지불 지연 같은 부작용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는 공급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급업체에 대해 60일 이내 대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공동 합의를 발표했지만, 정부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국영 언론인 신화통신에 따르면, 고위 당국자들은 "비정상적인 가격 인하를 멈춰야 하며, 이를 계속할 경우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기차 시장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규제 강화이자 구조 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경쟁력 없는 브랜드는 퇴출되거나 통합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는 이미 포화 상태인 중국 전기차 시장에 피할 수 없는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EV 산업 투자 확대는 생산시설 과잉 문제와 맞물려 중앙정부 차원의 산업 통제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현재 약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EV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현재의 브랜드 수와 공장 가동 수준은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 공급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기차 산업은 여전히 중국의 전략 산업으로, 국가 주도의 전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지금처럼 경쟁사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진행되는 가격 전쟁은 산업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보다 직접적인 조정자로 나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