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화는 많은 것을 바꾼다. 엔진음이 사라지고, 토크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내부 공간이 넓어진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는, 특히 MINI처럼 뚜렷한 주행 감성과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는 그런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유산을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핵심 과제가 된다. 전기차로 진화한 MINI 쿠퍼 일렉트릭과 MINI JCW 일렉트릭, 두 차량을 짧게 시승하며 마주한 질문은 의외의 궁금증이었다. "전동화된 MINI에서 JCW는 여전히 특별한 존재일까?"

새롭게 진화한 MINI 일렉트릭은 더 이상 '주행거리 짧은 예쁜 장난감'이 아니다. WLTP 기준 400km, 국내 인증 주행거리 300km라는 수치는 실사용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차량은 여전히 작고 귀엽지만, 과거보다 확실히 성숙해졌고 더 디지털화 되었다. 외관의 원형 헤드램프와 팔각형 그릴, 측면 라인의 클래식한 비례는 '미니다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플러시 도어 핸들과 매끈한 차체 디테일은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반영한다.
실내는 더욱 인상 깊다. 240mm의 원형 OLED 디스플레이는 차량의 중심이자 브랜드 아이콘으로 기능한다. 터치 감도와 시각적 몰입감이 뛰어나며, 익스피리언스 모드를 통해 주행에 맞춰 인테리어 분위기를 바꿔주는 연출력도 뛰어나다. 특히 MINI 토글 바는 클래식 Mini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정서적인 연결 고리를 제공하며, 여전히 이 브랜드가 뿌리를 잊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준다.

MINI는 가솔린 시대에도 그랬지만, 전기차 시대에 더욱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 파워트레인의 기계적 한계가 줄어들수록 섀시의 재미와 차량 밸런스가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MINI 일렉트릭은 작고 가벼운 차체에 전륜 구동, 즉각적인 토크 반응, 낮은 무게중심의 배터리 셋업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출력은 218마력, 토크는 33.7kg·m로 일반적인 전기차 스펙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핸들링은 여전히 MINI답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도 스티어링 반응은 민첩하고, 고카트 모드에 진입하면 스티어링 휠의 감도가 무거워지며 가속 페달 반응도 날카로워진다. 조향한 만큼 차량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느낌,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탄탄한 섀시 셋업은 MINI가 전기차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트랙에서 짧게 체험한 JCW 전기차는 확실히 더 강력했다. 최고 출력 258마력, 토크는 35.7kg·m, 그리고 고카트 모드에서는 10초간 27마력을 더해주는 부스트 기능까지 탑재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 수치의 고성능은 'JCW라서'라기보다는 '전기차라서' 가능한 감각에 가깝다. 코너링과 서스펜션 세팅, JCW 전용 브레이크 시스템은 확실히 정교하고 고성능이다. 그러나 일반 일렉트릭 MINI의 퍼포먼스도 워낙 좋아졌기에 JCW와의 격차가 예전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즉, JCW는 더 빠르고 날카롭지만, 반드시 그것만이 MINI에서의 ‘재미’를 의미하지는 않게 된 것이다.

외관에서 JCW는 확실히 더 강렬하다. 전용 프론트 그릴, 보닛 스트라이프, 레이싱 DNA를 계승한 레드 포인트, 그리고 블랙 아웃된 사이드 스커트 등은 한눈에 JCW임을 알아보게 만든다. 실내에서도 JCW 스포츠 시트, 붉은 포인트의 대시보드, JCW 로고 프로젝션 등 브랜드의 퍼포먼스 아이덴티티가 촘촘히 반영돼 있다. 브랜드 감성과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 있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패키지다.
반면, 기본 일렉트릭 쿠퍼도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은 거의 동일하다. 동일한 OLED 디스플레이, 토글 스위치, 스티어링 휠, 그리고 내비게이션 기능과 MINI 익스피리언스 모드 구성까지 모두 같다. 브랜드의 '감성 패키지'를 제외하면 실제 사용자 편의성이나 기술 차이는 거의 없다.

흥미로운 건 시승 중 받은 '코닥 필름 카메라'였다. 이 상징은 어쩌면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한 은유일 수 있다. 코닥은 필름 카메라의 제왕이었지만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다. 반면 MINI는 디지털로의 전환, 나아가 전동화까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끌고 있다.
디지털 화면 안에 ‘미니’의 감성과 아이콘이 들어가고, 전기차로 바뀐 파워트레인에도 ‘고카트 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다. 브랜드의 유산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 그것이 MINI가 살아남고 또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MINI JCW 일렉트릭은 여전히 멋지고, 강력하며, MINI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전동화는 많은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JCW만이 유일하게 즐거운 MINI는 아니다. 일반 MINI 일렉트릭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밌고, 일상에 적합하다.
이제는 'JCW여야만 한다'가 아니라 'JCW라서 좋다'는 선택의 시대다. 그게 전동화 시대 MINI의 전략이며, 브랜드의 유산을 계승하는 방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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