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F1 벨기에 그랑프리는 경주 시작 전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새벽부터 쏟아진 폭우는 스파-프랑코르샹 서킷을 다시 한 번 혼란에 빠뜨렸고, 2021년 단 2랩만을 소화하고 끝났던 ‘레이스 같지 않았던 레이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4년이 지난 올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여전히 ‘우천 속 F1의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FIA와 드라이버들, “출발 여부” 두고 의견 엇갈려
오후 3시, 예정대로 포메이션 랩이 시작되었지만, FIA는 곧바로 드라이버들의 피드백을 수집했다. 대부분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고, 단 한 명만이 레이스 강행을 주장했다. 바로 맥스 베르스타펜이었다. 그는 무전을 통해 “몇 바퀴만 세이프티카 뒤에서 돌면 수막도 걷히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즉시 레이스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알렉스 알본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지만, 대다수 드라이버는 여전히 ‘켐멜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시야 확보가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FIA는 빨간 깃발을 들어 경기를 중단시켰고, 곧 재개를 위한 시간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규정 해석도 혼선…‘3시간 제한’ 적용 여부 놓고 엇갈린 해석
지연 상황 속에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공식 레이스 시작 시점’이었다. 규정상 포메이션 랩이 세이프티카 뒤에서 시작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3시간 제한이 시작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FIA는 “이는 실제 레이스 중단 상황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즉, 이번 경우는 ‘스타팅 프로시저’로 간주되며 시간 제한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팀 간 이해는 달랐다. 맥라렌은 드라이버에게 “레이스 시작 안 했으니 시간 카운트 안 됨”이라고 전달했고, 하스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혼선은 ‘파크 페르메(차량 세팅 고정)’ 유지 여부로도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어떤 팀도 셋업을 변경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했지만…스탠딩 스타트 아닌 이유는?
비가 잦아든 오후 4시경, FIA는 메디컬 카를 투입해 트랙 상태를 점검했고, 잔여 수막 제거를 위해 추가 10분을 부여했다. 이후 드라이버들은 다시 트랙으로 나섰지만, 레이스는 스탠딩 스타트가 아닌 롤링 스타트로 결정됐다.
그 배경에는 출발 그리드의 상태가 있었다. 한쪽은 비교적 마른 반면, 반대편은 여전히 물웅덩이로 뒤덮여 있어 그립 차이가 컸다. FIA는 “지금 스탠딩 스타트를 강행하면 출발선에서부터 형평성과 안전이 깨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보수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건 진짜 웻레이싱이 아니다”...베르스타펜의 실망
경기가 결국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미 흥미는 반감된 상황이었다. 베르스타펜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건 진정한 비 레이스가 아니다. 옛날처럼 명승부가 펼쳐지는 비 오는 경기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대부분의 드라이버는 피렐리의 풀 웻 타이어 성능에 불만을 드러냈으며, FIA는 2026년부터 스프레이 저감 및 새로운 타이어 규격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비가 오면 제대로 달릴 수 없는’ 현재의 구조는 F1이라는 스포츠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5 벨기에 GP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여전히 ‘스파+비=불안’이라는 등식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닌, F1의 근본적인 과제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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