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속적인 수출 규제와 제재 강화 속에서 중국의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자국 생태계 동맹' 강화에 본격 나섰다.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콘퍼런스(WAIC)를 계기로, 여러 대형 기술 기업들이 자국산 모델·칩·툴체인을 기반으로 한 연합체를 구성하거나 기존 연합을 확대하며 'AI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등 중국의 빅테크들은 각각 자체 개발한 대형 언어모델(LLM)과 고성능 AI 칩을 공개하며 미국산 대체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델-하드웨어-프레임워크 전반에서 중국산 조합의 호환성을 높이는 협력 체계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외부 공급망과의 단절에 대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화웨이의 Ascend 칩 기반 MindSpore 프레임워크와, 바이두의 ERNIE 모델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에코시스템 구축이다. 이들은 중국 내 AI 스타트업 및 연구기관과 공동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며, 모델 훈련용 데이터셋과 알고리즘 최적화 기술까지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연합 전략은 미국이 NVIDIA, AMD 등 핵심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그 결과, 중국 내에서는 하드웨어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칩 설계 자체를 자체 조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자체 IP 확보 및 반도체 제조 능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도 이런 자립 생태계 구축을 적극 지원 중이다. 2025년까지 ‘AI 국가전략 로드맵’에 따라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AI 교육 확대가 진행되고 있으며, 모델 성능과 산업 활용도를 평가하는 국가 인증 체계도 도입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중심 AI 생태계에 대항해 독자적 구조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기술 완성도’보다는 ‘체계 자립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장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긴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제재 회피형 AI 시스템’ 구축이 새로운 시장 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점차 공급망 전쟁의 성격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중국의 ‘동맹형 AI 자립 전략’은 향후 글로벌 AI 산업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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