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 동안 스포츠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는, 빠른 변속 속도와 직결감으로 많은 드라이버들의 선호를 받아왔다. 특히 수동변속기(MT)와 자동변속기(AT)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DCT는 차세대 변속기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의 변속기 기술 흐름을 살펴보면, 그 구도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최신 토크컨버터식 AT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변속 성능뿐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의 실용성, 내구성, 연비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DCT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예전의 토크컨버터 AT는 ‘느리고 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변속 반응이 늦고 직결감이 떨어졌으며, 스포츠 드라이빙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현재의 AT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최근의 AT는 다단화, 로직 고도화, 록업 클러치 제어 향상 등을 통해 변속 속도와 반응성을 DCT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유체 클러치를 활용한 부드러운 연결 특성은 DCT보다 훨씬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일반 도로,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리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부드러움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DCT는 본질적으로 두 개의 기어셋과 클러치를 번갈아 연결하며 변속을 수행한다. 이로 인해 빠른 변속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약점도 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게’다. 기본 설계 자체가 복잡하고, 클러치 제어 장치와 유압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전체적인 중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무게는 연비뿐 아니라 차량의 핸들링과 운동 성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하나의 기어셋으로 구성된 토크컨버터식 AT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가볍다.
또한 DCT는 클러치 연결 시점에서 변속 충격을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클러치를 미끄러지게 하면 마모가 빨라지고, 반대로 충격을 무릅쓰고 빠르게 붙이면 승차감이 저하된다. 이 양극단의 균형을 맞추는 데 많은 제어 기술이 요구되지만, 여전히 민감한 상황에서는 이질감이 발생할 수 있다.

고성능 차량의 변속기는 오랫동안 DCT가 우위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BMW는 이미 자사의 M 모델 대부분에 ZF의 8단 토크컨버터 AT를 적용하고 있고, 토요타 수프라 역시 스포티한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AT를 택했다. 초기에는 왜 DCT를 쓰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실제로 주행을 해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AT도 충분히 스포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지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속기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의 토크컨버터 AT는 단순히 ‘편한 변속기’가 아니라, ‘정교하고 효율적인 고성능 부품’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물론 DCT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회전, 고출력 상황에서의 반응성과 직결감은 여전히 특정 환경에서 강점이다. 하지만 일반 도로, 일상 주행, 복합적인 사용 조건까지 고려하면, AT의 실용적 우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일부 고성능 브랜드에서는 ‘시퀀셜 시프트’와 같은 보다 직관적인 변속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는 레이싱카에 가까운 감각을 지닌 방식으로, 향후 차세대 스포츠카에 새로운 변속기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은 늘 진화하고, 가장 합리적인 해법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지금 이 시점에서,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변속기를 논할 때 토크컨버터 AT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자, 앞으로를 내다보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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