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이버트럭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23년 말 화려하게 출시된 사이버트럭은 이듬해인 2024년 미국 픽업 시장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초기 대기 주문을 소화한 이후 판매가 급감하며 현재는 연간 2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테슬라는 연간 25만 대 판매를 기대했으나, 이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가격’이다. 출시 전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의 기본형 가격이 39,900달러부터 시작할 것이라 밝혔지만, 정식 출시 당시 최저가는 69,990달러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인상됐다. 연방 세액공제를 감안하더라도 62,490달러에 불과, 경쟁 모델인 포드 F-150 라이트닝(시작가 51,975달러)이나 리비안 R1T(Gen2 기준 성능 향상)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이버트럭보다 작고 실용적인 트럭 필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테슬라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테슬라 엔지니어링 수석 라스 모라비(Lars Moravy)는 팬들과의 대화 중 “사이버트럭보다 작은 전기 픽업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계속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모라비는 이어 “로보택시 시대가 본격화되면 사람뿐 아니라 물류도 중요한 활용 대상이 된다”며, “그런 수요를 충족시킬 유틸리티형 트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2019년 트윗에서 언급했던 “장기적으로는 사이버트럭의 소형 버전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발언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된 사이버트럭 상단에는 2도어, 싱글 캡 구성의 소형 사이버트럭 스케치가 공식 아트워크로 걸려 있었던 전례도 있다.

중형 전기 픽업 시장의 확대
현재 미국의 전기 픽업 시장은 풀사이즈 모델 위주지만, 중형 전기 픽업 시장은 거의 비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소형 트럭을 출시할 경우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실제 출시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며, 그 사이 시장은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기아를 포함한 경쟁 브랜드들도 중형 전기 픽업을 준비 중이다. 기아는 조만간 출시할 자사의 전기 픽업에 대해 “동급 최고의 실내 공간과 적재 능력, 견고한 견인력, 오프로드 대응력, 고급 인포테인먼트 및 안전 사양”을 예고한 바 있다.
이는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외에 보다 실용적인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하지 않는다면, 향후 중형 픽업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현재 테슬라의 라인업은 모델 3, 모델 Y, 모델 S, 모델 X, 그리고 사이버트럭 정도로 구성돼 있으며, 다양성 측면에서 타사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형 픽업은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유력한 카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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