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러시아 최대 완성차 업체 아브토바즈(AvtoVAZ)의 전시장을 방문해 ‘LADA e-Niva’라는 이름의 콘셉트 전기 SUV를 둘러보고 있다. (출처:러시아 대통령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러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이자 라다(LADA) 브랜드를 소유한 아브토바즈(AvtoVAZ)가 오는 9월 말부터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량 조절 또는 일반 사무직 등을 대상으로 시범적 도입한 사례는 있지만 아브토바즈와 같이 생산직을 포함한 전격 시행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아부토바즈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배경은 다르다. 러시아 신차 시장이 극도로 침체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브토바즈는 대표 생산공장인 톨리아티(Tolyatti) 공장의 주간 근무일을 줄이고 직원 임금을 최소 2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초과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내부 불만이 커지자 일부 직원들은 사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신차 판매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8% 감소한 53만 대에 그치며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로 인한 자동차 대출 위축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신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아브토바즈는 통상 재고량의 거의 두 배 수준인 약 10만 대 이상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진은 승용차 뿐만 아니라 상용차 시장에서 먼저 시작했다.
트럭 제조사 카마즈(KamAZ) 고르키 자동차 공장(GAZ)은 이미 주 4일제로 전환했고 파블로보 버스 공장은 아예 생산을 중단했다. 6월 말 기준으로 러시아 내 자동차 딜러십이 보유한 미판매 재고는 5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기준 4~7개월치를 웃도는 물량으로 러시아 딜러협회는 전체 딜러의 약 30%가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최대 완성차 아부토바즈가 생존을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반면, 국내 완성차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 향상을 이유로 임금 삭감없는 주 4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브토바즈 사례는 자동차 산업이 경기와 소비 심리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최근 국내 완성차 노조의 임금 삭감없는 주 4일제 요구는 원하지 않아도 도입을 해야 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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