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 리 젤딘이 2009년 제정된 엔데인저먼트 파인딩(Endangerment Finding)을 철회하겠다는 EPA의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EPA)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엔데인저먼트 파인딩(Endangerment Finding)’ 폐지를 공식화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제정된 온실가스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EPA는 29일(현지 시간)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엔데인저먼트 파인딩 폐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자동차 및 엔진에 대한 모든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폐지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규제 철회를 주도한 리 젤딘 EPA 국장은 “이번 조치는 지난 16년간 이어진 불확실성과 과도한 규제를 종식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연간 5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데인저먼트 파인딩’은 온실가스 배출이 공공의 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친다는 법적 판단으로, 이후 차량 배출가스 기준, 연비 규제, 전기차 보급 확대 등 여러 정책의 법적 근거가 됐다. 핵심 목표는 오는 2032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의 약 67%를 전기차로 채우는 것이다.
EPA는 엔데인저먼트 파인딩이 정한 규제의 근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EPA는 “오바마 행정부가 법률을 왜곡하고 과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규제를 남용했다”고 지적하고 과거 규제가 경제 전반에 ‘숨은 세금’처럼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제안에는 차량의 연비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 등 일부 기술도 규제의 일환으로 거론됐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와 미국트럭운송협회는 지나치게 강화된 EV 및 배출가스 기준이 산업 전반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주었다고 지적하며, 자유로운 기술 경쟁과 소비자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와 일부 기술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기후변화 대응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과 한국,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수출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PA는 엔데인저먼트 파인딩 폐지안에 대해 공청회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며 구체적인 의견 수렴 절차는 연방정부 관보와 EPA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는 EPA의 환경 규제 정책 변경이 미국 내 전기차 산업의 투자 흐름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전략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하고 있다. 전통 내연기관차 중심의 제조 기반을 다시 강화할지, 아니면 글로벌 친환경 흐름에 맞춰 독자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할지는 당분간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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