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구글 딥마인드
과학자들이 지구 생태계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는, 새·개구리·곤충·고래·물고기 등 다양한 생물의 소리를 포착하기 위해 마이크나 수중 하이드로폰을 설치해 방대한 양의 녹음을 수집하는 것이다. 이 음성 데이터에는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종과 생태계 건강 상태에 관한 중요한 단서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은 여전히 엄청난 과제다.
지난 7일(현지 시간) 구글은 생물음향(bioacoustics) 데이터를 분석해 보전 활동을 돕는 AI 모델 ‘퍼치’의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했다.
새 버전은 조류 종 예측 성능이 한층 향상됐으며, 특히 산호초 등 수중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화됐다. 새, 포유류, 양서류는 물론 인위적 소음까지 포함해 학습 데이터 범위를 대폭 확장했으며, 데이터 양도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통해 수천~수백만 시간 분량의 복잡한 음향 환경도 분석할 수 있다. 분석 범위도 다양해져, “몇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는지”부터 “특정 지역에 몇 개체가 존재하는지”까지 폭넓게 답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카글(Kaggle)에 오픈소스로 공개돼 전 세계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

출처 : 구글 딥마인드
2023년 처음 공개된 퍼치의 초기 버전은 이미 25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코넬대의 조류 분석 툴 ‘버드넷 애널라이저(BirdNet Analyzer)’ 등 다양한 생태 연구 도구에 통합됐다.
호주 버드라이프와 호주 음향관측소는 퍼치를 활용해 희귀한 호주 조류 종 분류기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플레인스 원더러(Plains Wanderer)’라는 희귀 조류의 새로운 개체군을 발견했다. 제임스쿡대학교의 폴 로 교수는 “이런 발견은 놀라운 성과이며, 음향 모니터링은 앞으로 많은 멸종위기 조류의 미래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버전 퍼치는 개별 개체 식별과 개체 수 추적에도 활용돼, 기존의 포획·방사 방식 모니터링 필요성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하와이대학교 LOHE 생물음향연구소는 퍼치를 활용해 하와이 전설 속 중요한 존재이자 조류 말라리아로 멸종 위기에 처한 꿀새(honeycreeper) 개체군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퍼치를 통해 꿀새 울음소리를 기존 방식보다 약 50배 빠르게 식별하면서, 더 많은 종과 더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출처 :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퍼치는 단순히 종을 식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 한 번의 예시로도 새로운 분류기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오픈소스 도구를 함께 제공한다.
'벡터 검색’ 기능은 특정 소리에 유사한 다른 소리를 데이터셋에서 찾아내고, 전문가가 이를 분류해 고품질 분류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애자일 모델링(agile modeling)’이라 불리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류뿐 아니라 산호초 환경에서도 한 시간 이내에 고성능 분류기를 만들 수 있다.
퍼치와 이를 활용한 방법론은 현장 보전 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연구자들이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실제 생태 보호에 투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와이 숲에서부터 바닷속 산호초까지, 이 프로젝트는 AI 기술이 지구 생물다양성 보전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글 / 김지훈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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