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자사의 대표적 스포츠카 모델 콜벳(Corvette)의 콘셉트 카를 공개했습니다. 콘셉트 카의 이름은 콜벳 C10 캘리포니아인데요, 그 이름이 의미하듯이 GM의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콘셉트 카입니다.

GM은 물론 디트로이트에 매우 큰 규모의 디자인 연구소가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파사데나(Pasadena)에도 큰 규모의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시장은 가장 대표적인 (미국의 관점에서) 국제화된, 그래서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볼 수 있는 시장이기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에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GM은 미국에서 이들 두 곳 외에도 한국 부평과 중국 상하이에도 디자인 연구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는 당연히 우리나라 기업 현대와 기아 브랜드도 각각 독립된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1990년대 초에 캘리포니아 토렌스(Torrence) 지역에 독립 건물로 디자인 연구소를 건립했고, 기아 역시 1990년대 초에 어바인(Irvine) 지역에 세웠습니다.

그때는 현대와 기아가 별개의 기업이었고, 서로 경쟁하던 관계였기에 미국 연구소 설립 시기도 달랐고, 연구소 규모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아의 캘리포니아 연구소는 레드 힐(Red Hill) 이라는 지역에 독립 건물로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물론 레드 힐 역시 어바인 지역입니다.

어바인 지역에는 토요타의 캘티(CALTY) 스튜디오를 비롯해서 마쓰다, 혼다, 벤츠, 스바루 등 미국에서의 외국 자동차 기업의 디자인 연구소만 아니라 미국의 자동차 기업이 디트로이트 지역의 디자인 연구 본부 외에도 별도로 캘리포니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닛산은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간 지역, 샌디에이고 근방에 NDI(Nissan Design International) 이라는 연구소가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캘리포니아 지역에 자동차 기업들이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은 미국의 여러 지역 중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은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의 이민 인구가 많고, 멕시코 계열의 인구도 다수이어서 시장의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차량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GM이 이번에 공개한 콜벳 C10 캘리포니아 콘셉트는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카라는 평가를 받는 콜벳의 미래 디자인의 변화를 전기동력의 하드웨어적 관점의 변화 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캘리포니아의 특성을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전동화는 사실상 엔진 동력보다 고성능을 더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초고성능을 목표로 하는 하이퍼 카 라는 타이틀로 나오게 된 걸로 보입니다.

전기동력 차량은 사실상 엔진 동력 차량의 감성적 요소, 예를 들어 굵은 배기음이나 엔진의 회전 음, 고 회전 특유의 진동 등 그야말로 아날로그적 요소로 어필하는 고성능의 감성 요소가 적다는, 아니 거의 없다는 특성으로 인해 우리들이 지금까지 봐 왔던 미국 머슬 카의 특성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콜벳 캘리포니아 콘셉트는 차체에서 근육질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개의 바퀴를 감싸는 둥근 볼륨의 펜더는 1990년대의 머슬 카 같은 감성입니다.

그리고 차체 측면 뷰에서 강하게 눈에 들어오는 경사진 직선의 측면 캐릭터 라인은 마치 새총을 잡아당긴 것 같은 긴장감으로 손을 놓으면 힘차게 튕겨 나갈 것 같은 긴장감으로 형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뒷모습에서 보이는 거대한 디퓨저와 ‘ㄱ’ 형태로 마주보는 LED 테일 램프 등은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결합된 뒷모습 전체의 이미지는 마치 공격을 앞두고 포효하는 맹수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내로 오면 마치 비행기나 우주선 조종석 같은 이미지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우주선 조종간처럼 생긴 스티어링 휠-둥글지는 않으니 휠이 아닌 조종간이라고 해야겠지요-과 같은 미래지향적 인터페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GM은 1938년에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콘셉트 카를 만들어 전시한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1938년의 첫 콘셉트 카는 널리 알려진 뷰익의 Y-Job이라는 이름의 콘셉트 카입니다. Y-Job 은 미래의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로 등장해서 당대의 차들과는 구별되는 미래의 방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뒤로 87년이 지난 오늘 2025년에 GM이 내놓은 미래의 콘셉트 카 콜벳 C10 캘리포니아는 어떤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2025년의 캘리포니아 콘셉트는 전기동력 하이퍼 카라는 콘셉트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다양한 미래적 이미지를 모아서 내놓은 듯해서, 일견 신입 디자이너의 습작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이런 끼워 맞춘 것 같은 디자인을 내놓는 것보다는 87년 전 최초의 콘셉트 카 뷰익 Y-Job에 모터를 달아 내놓는 게 더 관심을 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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