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몇 차례 반복되는 기사가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버튼과 다이얼을 다시 가져온다”는 소식이죠.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 공개된 신차는 여전히 커다란 터치스크린을 중심에 두고 등장합니다. 볼륨 노브와 몇 개의 공조 버튼이 돌아오긴 했지만, 그 옆에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스크린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자동차가 여전히 소비자 가전의 트렌드를 따라잡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가까운 미래, 자동차의 스크린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까요?
BMW는 2026년 미국에 출시할 iX3에 파노라믹 iDrive라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적용합니다. 이 시스템은 앞 유리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43인치 규모의 화면으로, 이미 링컨 내비게이터와 노틸러스에 쓰인 48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와 유사한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합니다. 링컨이 단순히 화면을 넣은 것과 달리 BMW는 앞유리에 특수한 검은 코팅을 입히고, 그 위에 이미지를 투사합니다. 그 결과, 편광 선글라스를 쓰고도 선명한 4K 해상도를 볼 수 있고, 마치 HUD처럼 화면이 유리 너머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착시를 제공합니다. 운전자의 시선을 도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현대모비스는 한발 더 나아가 홀로그래픽 HUD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기존 HUD가 단순히 빛을 반사해 정보를 보여줬다면, 새로운 방식은 유리에 회절 필름을 적용해 빛을 더욱 정밀하게 집중시킵니다. 이로써 작은 프로젝터로도 밝고 또렷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고,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정면에 띄우되, 동승자 전용으로 영상이나 콘텐츠를 별도로 보여주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독일의 광학 기업 자이스와 협업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현실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만의 AUO가 선보인 마이크로 LED 글라스는 전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지붕, 측면 창문, 심지어 뒷유리까지 모두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창문에 삽입된 미세 LED는 꺼졌을 때는 일반 유리처럼 55%의 빛을 투과하지만, 검은색으로 전환하면 단 2%만 빛을 통과시켜 효과적으로 창을 틴팅합니다. 또 원한다면 창문 전체에 불꽃놀이를 띄우거나 별자리를 만들어내고, 차 밖 풍경을 거대한 수족관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AUO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창문을 인터랙티브 터치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실험했습니다. 동승자가 창문에 손을 대고 게임을 즐기거나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단순히 보는 화면을 넘어서, ‘만지고 참여하는 창’이 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분명합니다. 버튼과 다이얼이 부활한다는 기사에 잠시 마음이 동할 수는 있지만, 자동차는 갈수록 더 많은 화면을 품게 될 것입니다. 앞 유리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바뀌고, 창문과 지붕까지 스크린이 되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갑니다. 이는 단순히 멋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안전과 정보 전달, 그리고 감성적 경험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진화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 기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 모든 기술이 과연 운전의 본질을 방해하지 않고,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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