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는 2026년 CLA와 2027년 GLC를 통해 브랜드 최초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를 본격 선보인다. 두 모델에는 메르세데스 자체 개발 운영체제인 MBOS와 4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돼, 차량의 모든 기능이 무선 업데이트(OTA)로 개선 가능하다. 이는 자동차 개발과 고객 경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메르세데스는 지난 3년간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완전한 자동운전 및 인포테인먼트 패키지를 1주일 이내에 OTA로 배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기존에는 ECU(전자제어장치)에 사전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차량 생산에 투입했지만, 이제는 공장에서 ‘빈 ECU’를 장착한 뒤 메르세데스가 직접 소프트웨어를 로딩한다. 마르쿠스 셰퍼 메르세데스 CTO는 “이제 100% 차량 기능이 OTA를 통해 도달 가능하다”며 “완성차 기업으로서 개발·배포 전 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소비자 차이 반영한 전략
메르세데스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지역별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다. 중국과 아시아 시장은 신기술 수요가 높고 베타 테스트 참여에도 적극적이지만, 유럽과 북미는 품질과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메르세데스는 중국 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본사의 보수적 가이드라인을 유지해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마그누스 외스트버그 메르세데스 소프트웨어 총책임자는 “소프트웨어 문제 발생 시 고객들은 무엇보다 빠른 해결을 원한다”며 “문제를 인정하고, 업데이트 일정을 명확히 안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레벨 2++ 자율주행, OTA로 진화 가능
2027년 출시 예정인 GLC에는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탑재돼 레벨 2++ 자율주행이 기본 제공된다. 이 기능은 차량이 스티어링, 가속, 제동, 차선 변경 등 대부분의 주행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일정 조건에서 핸즈프리 주행도 가능하다. OTA 업데이트를 통해 향후 더 정교한 보조 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레벨 3 자율주행은 일부 국가(중국, 미국 네바다주 등)에서만 허용되며, 추가적인 이중화 시스템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크다. 외스트베리 책임자는 “레벨 2++ 기능만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는 대부분의 주행 보조가 가능하다”며 “레벨 3는 단기적으로 대중차종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신뢰 기반의 ‘소프트웨어 전환기’
메르세데스 그룹 CEO 올라 칼레니우스는 “MBOS는 고객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선물과 같다”고 평가하며 “소프트웨어 전환이 가져올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업데이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는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한편, 소비자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OTA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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