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즉 팩트로 모든 이야기를 해 온 것이 통상적이었다. 지금은 그런 논리가 통하지 않는 때다. 연간 3,00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거대 국가 중국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총칼이 아니라 경제로 싸워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한지도 꽤 됐다. 그런 논리라면 이미 중국은 미국을 밀어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이 그냥 둘 리가 없다.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낀 한국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트럼프가 관세 비관세 장벽을 통해 MAGA를 외칠 때 시진핑의 중국은 'In China, For Global'을 모토로 하는 새로운 자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위한 대규모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자동차산업 전략을 요약하고 중국의 대규모 실행 계획을 정리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16년 읽었던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장성민, 퓨리탄출판사)라는 책이 떠 올랐다. 2004년부터 미중시대의 한반도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던 그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당시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대략적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무엇보다 제목이 시선을 끌어 칼럼의 제목에 삽입했다.
지난 4월 ‘트럼프 관세폭탄, 자동차산업도 통째로 뒤흔든다.’는 칼럼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썼다.
“트럼프의 25% 추가 관세와 시진핑의 34% 보복관세가 맞붙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던진 강속구를 시진핑이 받아친 형국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까지 시계 제로에 급격히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도입한 상호 관세가 90년 만에 되살아나 이번에는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정책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목소리가 강하다.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 중국 국무원은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발효 시점은 4월 10일이다. 그때까지 여지가 있다는 얘기이다. 미국의 조처에 대한 WTO 제소 방침도 밝혔다. 중국은 옥수수, 밀 등 농산물부터 의약품, 원유, 천연가스 등 미국의 주요 수출품을 대거 사들이는 나라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규모는 약 1,430억 달러다. 트럼프가 이런 데이터를 세밀하게 따져 보고 내린 결정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B급 지도자 아래에는 C급, D급 관료들이 전횡한다는 교훈이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로 트럼프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구축해 온 모든 시스템을 무시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을 막아내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동맹국까지 압박하며 자국이익(?)만을 위해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장성민 박사가 책을 썼을 때만해도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수호자로 인식됐었다. 그래서 중국이 패권전쟁에서 미국을 누른다면 한국은 위험하다고 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점차 국제사회와 멀어지고 있다. 당장에는 힘으로 누르고 있다. 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이는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특히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수입차 및 부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는 사실상 미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는 자국 내 생산을 늘려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에 역행하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그래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에게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등 해외 업체들은 높은 관세와 보조금 정책 변화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맹국이라고 말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은 더 강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불법체류라고 체포한다.
미국은 거의 강압적으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한편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100배나 인상한 것을 전문직들은 어떻게 받아 들일까? 그들이 미국 외에는 갈 곳이 없을까?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에 단순히 맞서는 대신,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에 직접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BYD가 헝가리에, 체리가 스페인에 공장을 짓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수출을 넘어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로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다. 끌어 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자동차 산업의 무질서한 경쟁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무분별한 가격 인하 경쟁을 억제하고 품질과 기술력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는 과잉 생산과 치킨 게임으로 인한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중국은 내수 시장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브랜드, 제조, 공급망을 아우르는 생태계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며 중국 자동차 산업을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하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전 세계 자동차 공급망을 강제로 재편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관세 장벽을 뛰어넘는 현지 생산과 질적 성장을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외형상 미국의 중국 밀어내기와 중국의 버티기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것은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한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정책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알 수 없다. 여러 나라들이 하나둘씩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트럼프에 대해 글로벌 깡패라는 표현까지 동원한다. 그에 대해 시진핑은 교역상대를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둘은 패권전쟁을 하고 있지만 방법은 전혀 다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사실 진퇴양난이다. 미국과 우호적이어야 하지만 중국의 시장과 중국의 거센 공세를 무시할 수도 없다.

급성장한 중국의 자동차산업도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해외 시장으로의 세 확대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최근 발표한 2026년 말까지 자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위한 대규모 실행 계획이다. 이번 계획에는 신에너지차 중국시장 판매를 올해 1,550만 대로 20% 증가시키는 것을 포함, 수출 촉진과 기술 자립을 위한 다양한 목표와 조치가 담겼다. 그러니까 미국시장에서 연간 판매가 가장 많았을 때인 2016년 1,754만대에 육박한다. 물론 전체를 합하면 2030년 4,000만대를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전체 자동차 판매 목표를 3,230만 대로 설정했으며, 이 중 신에너지차 비중을 48%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내수 판매 촉진을 위해 25개 도시에서 대중교통용 신에너지차를 70만 대 이상 조달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신에너지차에 대한 구매세 및 자동차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노후 차량 교체 지원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농촌 지역의 충전 인프라도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계획은 기술 주권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자동차용 칩, 운영 체제, AI, 전고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자율주행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수출이다. 이번 업무 계획은 국제 시장 공세를 통해 신에너지차를 포함한 자동차 판매를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목표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마케팅 및 고객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물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지원도 포함된다. 신차 해외 운송을 위한 대형 자동차 전용선과 해상 운송 시설을 확충하고, 해외 부품 창고를 설립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 포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규범과 표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도 목표로 제시됐다.
금융 부문도 수출 전략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은행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환율 변동에 대한 보험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 예상했었지만 중국 정부의 이번 계획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BYD, 니오, 샤오펑 등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럽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에 대해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중국 내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억제하고 내수 및 수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번 계획은 판매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비용 조사, 가격 모니터링, 그리고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 기한 준수 등을 명시하며 과열된 시장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BYD, SAIC, 창안, 체리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공급망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확한 규칙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적으로 업계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신에너지 자동차(NEV) 판매 목표를 올해 1,550만 대로 설정했는데, 이는 당초 협회 예측치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NEV가 이미 전체 판매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만큼, 양적 성장보다는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집중하는 질적 전환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중국 자동차 산업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도록 독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화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브랜드, 제조, 공급망을 아우르는 생태계 기반의 확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중국 제조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업계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이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 충분치 않은 차량-도로-클라우드 협업 기능, 그리고 국제 무역 장벽 등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이다.
전반적으로 중국 정부의 이번 계획은 중국 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고, 자국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장 둔화가 아닌 성장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시진핑이 두 달 전 중복투자와 과잉설비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 중국 정부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래서 첫 번째로 발표한 것이 이번 계획이다.
현지 생산과 기술력, 브랜드 가치 제고가 포인트다. 더불어 단순한 내수 진작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규칙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전기차와 로보택시가 있다. 어디까지나 계획이다. 그것이 제대로 실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관료 자본주의의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2024년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테슬라는 미국시장에서 합계 670만대를 판매했다. 중국은 같은 기간 중국 내에서 약 2,400만대, 전 세계를 합해 3,009만대를 판매했다. 적어도 수치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밀어내기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그 판을 깨고자 하고 있다. 미국의 버티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미래 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인류 역사에서 패권은 시장을 따라 이동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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