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그룹이 주요 성장 거점으로 꼽아온 인도 시장에서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수익성 저하, 세금 분쟁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조직 체질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행보다.
폭스바겐은 인도 시장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점유율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도 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출은 7억6,600만 달러에서 21억5,000만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500만 달러에서 1,060만 달러로 급락했다. 성장세와 동시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도 정부는 폭스바겐이 아우디, 폭스바겐, 슈코다 일부 차량을 잘못 분류해 고율의 수입관세를 회피했다며 14억 달러 규모의 추징을 통보했고, 향후 패소할 경우 최대 28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과 이자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폭스바겐의 인도 전략은 2018년 이후 슈코다 오토가 주도해 왔다. 슈코다·폭스바겐 인디아의 피유슈 아로라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생산 공정과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재편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고성과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 수정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고위 임원 약 10명이 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과 슈코다에게 인도는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슈코다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고 러시아에서는 철수한 상황이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 신성장 축을 확보해야 하는 가운데, 인도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그러나 2027년부터 더욱 엄격해질 연비 규제에 따라 전기차 판매가 필수가 될 전망이지만, 현재 두 브랜드는 인도에서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뚜렷한 약점으로 지적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이번 재편은 대규모 신규 투자 이전에 조직을 유연하고 민첩하게 만들어 기동성이 높은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평가다. 인도 시장에서의 생존과 성장은 결국 체질 개선과 동시에 전기차 전략의 본격적인 가동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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