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자동차 공장 부흥’을 외치고 있다. 그는 “중국과 멕시코에서 떠밀려 온 공장이 미국 곳곳에 새로 세워지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미국 내 자동차 산업은 신공장의 건설 붐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각 완성차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와 전기차(EV)에 적대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 기존 공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메이커들은 미국 내 유휴 생산능력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SUV ‘싼타페’와 ‘투싼’ 생산을 확대하고,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을 일부 내연기관 차량 조립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줄이고,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어캐스트 솔루션즈의 분석대로 “가동률이 낮던 공장이 기존 수입 모델로 채워지고 있을 뿐, 신공장의 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흐름은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으로의 선회다. 2020년대 초반, 자동차 업계는 EV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연간 38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어졌다. 그러나 EV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이 흐름을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GM은 미시간 디트로이트 인근 공장을 EV 픽업트럭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2022년의 발표를 번복하고, 오히려 가솔린 SUV ‘에스컬레이드’와 픽업트럭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역시 EV 전용 라인 계획을 수정하고 내연기관차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V 스타트업 리비안, 루시드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탈탄소화 속도전”에서 “수익성 방어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을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해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된 차량이 파리와 도쿄 쇼룸에 진열될 것”이라 호언한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엔진·부품 수입액은 2025년 1분기 이후 약 10% 줄어든 4214억 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신공장 건설이나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적 성과라 보기 어렵다.
미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 자동차 생산은 4% 증가했으나 여전히 지난 10년 평균에는 못 미친다. 또한 캐나다 국제자동차제조자협회는 “생산기지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생산 회귀’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산업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관세와 규제 완화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국내 생산을 자극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EV 투자 위축, 글로벌 공급망의 왜곡, 무역 마찰 심화라는 리스크를 내포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차를 만들 것인가’다. 세계는 여전히 탈탄소와 전동화의 큰 물줄기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 내에서 내연기관으로의 회귀가 일시적 대응에 그칠지, 아니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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