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B 세그먼트의 SUV로 등장한 2025년형 르노4의 E-테크 일렉트릭은 레트로 모델의 개성은 있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될 만큼의 판매 물량을 맞추기에는 쉽지 않은 니치 모델입니다.
신형 르노4의 전장은 4,140㎜, 전폭 1,800㎜, 전고 1,570㎜, 축거 2,620mm로 현대 코나의 전장 4,355㎜, 전폭 1,825㎜, 전고 1,580㎜, 축거 2,660m에 비교하면 길이 21센티, 폭 2센티, 높이 1센티, 휠베이스 4센티미터 작습니다.

신형 르노4의 외부 디자인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생산됐던 클래식 르노4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레트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 전의 클래식 르노4의 전장은 3,663㎜, 전폭 1,485㎜, 전고 1,470㎜에 휠베이스는 2,440mm이고, 엔진 배기량은 경승용차급의 603cc부터 1,108cc까지 다양했으며 1961년부터 1992년까지 약 31년동안 800만대 이상 생산됐다고 합니다.

60여 년 전에 나왔던 클래식 르노4의 차체 제원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승용차와 거의 비슷해 보입니다. 게다가 클래식 르노4의 차체는 매우 짧은 앞 뒤의 오버행으로 인해 차체 비례 자체는 매우 모던합니다. 물론 신형 르노4 역시 그러한 특징을 반영해 매우 짧은 앞뒤 오버행을 보여줍니다.

신형 르노4의 측면 뷰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디자인 특징은 쿼터 글래스를 비롯한 측면 창문의 디자인이 클래식 르노4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신형 르노4는 커다란 휠과 타이어, 두툼한 휠 아치 몰드 등으로 클래식 르노4모델과 달리 건장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클래식 르노4가 13인치 규격 휠에 3개의 휠 너트의 단출한 구성인 것에 비해 신형 르노 4는 196/60R18 규격의 휠과 타이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 펜더에 설치된 충전 도어에는 숫자 4와 프랑스 국기를 사선형 그래픽으로 도안한 데칼이 적용돼 있습니다만, 그래픽의 디자인이 감각적이고 예술적으로 보입니다.
전후면의 이미지도 클래식 르노4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LED 원형 헤드램프 역시 클래식 르노4의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장방형의 세로형 LED 테일 램프 역시 그러합니다.

이제 자동차의 조명은 모두 LED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자동차에 거의 100년 넘게 쓰였던 전구는 에디슨이 만든 탄소 필라멘트 백열 전구와 근본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사실 백열 전구는 전력의 95%가 열로 발산되고 5%만 빛을 내므로 당연히 매우 뜨겁고,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높고 수명이 한정적입니다. 그에 비해 1980년대 이후 자동차 헤드램프에 널리 쓰여온 할로겐 전구는 백열전구보다 두배 긴 수명을 가지지만, 역시 사용 전력의 90%가량이 열로 발산됩니다.

이에 비해 최근의 LED는 극소 전류에 의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를 사용하므로 열 발생이 거의 없으므로, 같은 밝기의 빛을 낼 때 백열 전구나 할로겐 전구보다 매우 적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열 발생이 없으므로 당연히 수명도 반 영구적이고, 열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 디자인의 자유도도 매우 높다고 합니다. LED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요.
다시 신형 르노4의 디자인 이야기로 돌아오면 신형 르노4는 전기동력을 쓰므로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유리로 매끈하게 막혀 있는 전면으로 단지 형태에 의한 모던함 이외에도 60여년의 기술과 시간 차이에 의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형 르노4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최근의 승용차 인스트루먼트 패널 경향인 수평 기조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하고 있지만, 조수석 크러시 패드에 직물과 패딩을 적용한 아날로그적 요소가 눈에 띕니다. 이것은 SUV의 감성을 나타내려는 디자인 요소로 보입니다.

한편 신형 르노4의 좌석 설계는 등받이 각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서 있는 설정으로 실내에서 풍부한 높이 방향 공간의 특징을 가짐에 따라 오히려 레그 룸이 더 여유롭게 확보되는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등받이 각도가 뒤로 기울수록 다리를 앞으로 뻗는 자세가 되므로 상대적으로 레그 룸이 좁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신형 르노4의 이러한 높이 지향의 공간 확보는 최근의 SUV의 경향이 공간 활용성 중심으로 바뀌는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2열 이후의 적재 공간도 상당히 길게 확보돼 있고, 2열 좌석을 접으면 전체를 거주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한 공간이 확보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반적으로 캠핑이나 차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대체적인 미국식 SUV가 물리적으로 큰 치수의 차체와 그에 의한 절대 크기의 공간 확보에 중점을 두는 성격인 것에 비해, 유럽의 SUV 물리적으로 작은 차체이지만 실내 높이를 더 확보하면서 상대적 거주성을 높이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신형 르노4는 전기 동력에 의한 B-세그먼트 SUV이면서 클래식 모델의 재해석을 결합한 유럽 관점의 실용적 해치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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