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모험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포켓몬’과 함께 성장통과 이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선보여 남다른 마니아층을 지닌 디지몬의 신작 게임 ‘디지몬 스토리 타임스트레인저’가 지난 2일 발매됐다.
이 게임은 지난 2017년 발매된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해커스 메모리’에 이은 디지몬 스토리 시리즈의 8년 만의 작품으로, 게임 내 등장하는 450여 종 이상의 디지몬의 그래픽과 연출과 비주얼 요소를 모두 새롭게 그려내려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 방영한 ‘디지몬 어드벤처’와 ‘테이머즈’ 그리고 ‘프론티어’와 비교에 디지몬의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디지몬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꾸준히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이번 ‘디지몬 스토리 타임스트레인저’는 이전의 디지몬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엄청난 볼륨의 콘텐츠와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는 스토리. 그리고 디지몬 시리즈를 관통하는 ‘이별’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내어 수작 이상의 작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그래픽의 경우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수려해졌다. 처음 디지몬의 세상으로 진입했을 때 만나게 되는 센트럴 타운의 경우 “디지몬들이 있는 세계는 이런 곳이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불타는 빙하’ 지역 등 생각 이상으로 디지몬의 세계를 잘 구현해낸 모습이다.


디지몬의 그래픽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8년간의 공백 동안 모든 디지몬의 그래픽을 새롭게 디자인했다는 하라 료스케 PD의 발언처럼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디지몬의 디자인과 스킬 특성이 각각 살아있었다.



이 중에서도 국내에서 굉장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베르제브몬’이나 ‘오메가몬’, ‘카이젤 그레이몬’ 등의 디지몬의 스킬 연출은 원작 그대로를 반영하고 있어 ‘90년대 선택받은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번 작품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디지몬들을 직접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디지라이드’의 도입이었다. 이번 작품은 오픈월드에 가까울 정도로 맵이 넓어져 이동 시 시간이 상당히 소모되는데, ‘디지라이드’를 통해 이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궁극체들은 덩치가 상당히 커서 맵의 시야를 가리는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일례로 ‘베르제브몬’은 무려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여 가장 빠른 이동 속도와 남다른 멋을 선사하나 소음이 너무 심해 게임 진행에 불편을 느끼기도 할 정도. 이에 ‘디지라이드’는 사족보행 디지몬이 상당히 편했으며, 이 중에서도 ‘슬레이프몬’은 공중이동 + 빠른 속도 + 다수의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는 광역 스킬을 지니고 있어 탈 것(?) 중 최강으로 평가받을 만한 모습이었다.


간편해진 진화 및 퇴화 시스템도 주목할 만한 모습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시스템을 상당히 차용했지만, 이전에 진화와 퇴화를 더 간편하게 축소하고, 복잡한 요소를 최대한 덜어내어 게임의 편의성을 상당히 높였다.

디지몬 게임 시리즈는 ‘컨버트’로 디지몬을 영입하고, 이 디지몬을 진화시키고, 다시 퇴화시키면서 원하는 디지몬을 찾아가는 ‘진화& 퇴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이 ‘컨버트’는 디지몬과 전투를 할수록 퍼센트가 증가하여 100%를 넘기면 영입할 수 있고, 200%에 다다르면 더 높은 재능과 능력치를 가진 디지몬을 영입할 수 있다.
‘디지몬 스토리 타임스트레인저’는 이 ‘진화& 퇴화’ 시스템이 상당히 간결하게 구성되어 다음으로 진화할 디지몬과 퇴화할 디지몬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진화 조건 역시 디지몬의 스펙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일정 지역에서만 진행할 수 있었던 ‘진화& 퇴화’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고, 무엇보다 고유 스킬 이외에 부가 스킬을 파밍이나 상점 구매를 통해 구입하여 디지몬에 장착시킬 수 있어 자유롭게 스킬을 구성할 수 있어 전투의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박스와 ‘디지팜’에 있는 ‘디지몬’까지 모두 경험치가 동일하게 분배되고, 이 디지팜의 크기가 상당히 커서 여러 디지몬을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만드는 구조를 마련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합체로 진화시킬 수 있는 초궁극체의 경우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바로 성격이다. ‘디지몬 스토리 타임스트레인저’의 디지몬은 총 16종의 성격 중 하나를 지니고 있으며, 이 성격에 따라 공격, 방어, 유틸리티, 회복 등 다양한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합체 초궁극체는 일정 성격의 디지몬을 필요로 하며, 이 성격은 대화를 통해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가장 유용한 것은 바로 ‘디지털 팜’에서 진행하는 ‘특훈’이다. ‘디지털 팜’은 사용하지 않는 디지몬을 넣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이 공간에 이주시킨 디지몬은 다양한 아이템을 파밍하며, ‘특훈’을 진행할 수 있다.

이 ‘특훈’은 성격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디지몬의 능력치까지 높여주는데, 재능이 높거나 능력치가 우수한 디지몬의 경우 이를 통해 능력치를 9999까지 키울 수 있어 후반부 육성에 필수로 사용된다.
특히, 이 ‘디지털 팜’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는 ‘특훈 세트’를 구매할 수 있는 기본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초반부터 디지몬을 이주시키고, 미션을 진행하며 얻게 되는 기념물이나 지형을 설치하여 다양한 재료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이처럼 이전까지 등장한 모든 디지몬 게임의 콘텐츠를 총망라한 듯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한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이지만, 이 모든 요소에 화룡점정을 찍는 요소가 더 있다. 바로 멋진 스토리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이용자)은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활약하는 아다마스의 에이전트가 되어 의문의 소녀 ‘미소노 이노리’와 디지몬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태어난 ‘아이기오몬’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상상치도 못했던 반전을 만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미소노 이노리’를 찾으려 무한한 시간대를 왕복하는 ‘아이기오몬’의 절절한 스토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모험을 겪으며 만났던 모든 디지몬들이 모여 하나의 적과 싸우는 클라이막스의 연출은 수십년전 ‘디지몬 극장판’을 보며 느꼈던 짜릿함을 다시 한번 느꼈을 정도다.

더욱이 만남의 기쁨이 주제인 포켓몬과 달리 성장과 이별이라는 키워드가 세계관 전체를 관통하는 디지몬의 세계에 충실한 엔딩은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할 정도로의 감동이 몰려오기도 했다.


이처럼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는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엄청난 콘텐츠와 수십 종의 디지몬을 육성하는 재미. 그리고 뛰어난 스토리를 보는 맛까지 더한 수작 이상의 작품이었다.

물론, 90년대 JRPG를 보는 듯 진행을 막는 불편한 퍼즐이나, 다소 빈약한 네비케이션 시스템 등 몇몇 단점은 존재하지만, 만약 디지몬을 처음 접하거나, 과거 KBS에서 디지몬을 보며 성장했지만, 이제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90년대 선택받은 아이들’이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