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챗GPT 생성 이미지
애플이 차세대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Siri)’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인력의 연이은 이탈과 내부 불안이 겹치며 개발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시리용 AI 검색을 총괄하던 케 양(Kay Yang) 수석 이사가 애플을 떠나 메타로 이직하면서, 시리 AI팀의 붕괴 조짐이 뚜렷해졌다. 양 이사는 시리를 오픈AI ‘챗GPT’처럼 웹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AKI(Answers, Knowledge and Information) 프로젝트를 이끌던 핵심 인물이었다. 그의 이탈 이전에도 로비 워커 전 책임자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pple Foundation Models) 팀의 주요 연구원 10여 명이 잇따라 경쟁사로 옮겼다.
출처 : 케 양 쓰레드 캡쳐
이처럼 인력 이탈이 속출하는 가운데, 애플 내부에서는 새 시리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 엔지니어들은 내년 봄 iOS 26.4에 탑재될 새로운 시리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당초 iOS 18.4에 포함될 예정이던 업데이트가 이미 1년 넘게 지연된 상황에서도 안정성과 자연스러운 대화 수행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새 시리는 지난해 WWDC 2024에서 공개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의 핵심으로,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기기 내 앱을 자동 제어하는 ‘지능형 행동형 비서(Agentic AI)’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출처 : 애플
이를 위해 애플은 두 가지 기술 노선을 병행 중이다. 하나는 개인 정보 보호를 중시한 ‘온디바이스(On-device)’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구글 ‘제미니(Gemini)’ 같은 외부 AI를 활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 방식이다. 내부에서는 두 모델의 효율성과 보안성을 두고 이른바 ‘베이크오프(bake-off)’ 비교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애플은 여전히 2026년 봄 공개 목표를 고수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AI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애플만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 구글, 메타 등이 대화형 에이전트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애플은 보수적인 데이터 정책 탓에 AI 학습 속도와 확장성에서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안전한 AI’ 전략이 자칫 ‘느린 AI’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 / 김지훈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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