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파리모터쇼에서 푸조 전시장을 찾은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그룹 당시 최고 경영자. 최근 회고록 출간하고 유럽 핵심 브랜드(푸조·시트로엥·오펠 등)가 중국에 넘어가고 크라이슬러·지프·닷지·램 등 북미 브랜드는 다시 미국 자본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스텔란티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스텔란티스(Stellantis) 전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가 자신이 만든 글로벌 자동차 제국이 “머지않아 분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회사를 떠난 그는 최근 출간한 회고록 '폭풍 속의 조종사(Un Pilote dans la Tempête)’ 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의 3국 균형이 깨질 위험이 있다”라며 “매일같이 통합에 신경 쓰지 않으면 그룹의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타바레스는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중국 제조사가 유럽 사업부를 인수하고, 미국 측이 다시 북미 사업을 가져가는 형태”라고 언급했다. 스텔란티스의 유럽 핵심 브랜드(푸조·시트로엥·오펠 등)가 중국에 넘어가고 크라이슬러·지프·닷지·램 등 북미 브랜드는 다시 미국 자본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한 스텔란티스가 “너무 크고, 너무 복잡하며 국가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비합리적 구조”라며 “합병 초기 누구나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라며 “(당시) 합병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며 “지금은 그 생존 방식이 그룹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는 2021년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와 푸조 시트로엥(PSA) 그룹이 합병하며 탄생했다. 당시 타바레스는 PSA CEO로서 합병을 주도했고 약 50억 유로 규모의 시너지를 내세워 ‘제국 건설자’로 불렸다. 그러나 이후 수익성 저하와 전동화 전략의 지연, 지역별 이해 충돌 등으로 내부 긴장이 심화했다.
1958년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인 타바레스는 프랑스 에콜상트랄(Ecole Centrale Paris) 출신의 엔지니어로 르노와 닛산을 거쳐 PSA(푸조·시트로엥) CEO로 부임했다. 그는 적자에 허덕이던 PSA를 단 2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며 “구조조정의 사무라이”로 불렸다.
2017년에는 GM으로부터 오펠(Opel)을 인수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고, 2021년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의 초대형 합병으로 스텔란티스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2024년 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 사임 한 이후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과 유럽 내 정치적 압력, 미국 내 EV 판매 둔화 등으로 스텔란티스 그룹의 통합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타바레스는 회고록에서 “서구의 자동차 산업에서 ‘황제형 경영자(Automotive Caesar)’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라며 “나는 그 마지막 인물이었다”는 자평도 담았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다국적 메가 브랜드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유럽과 북미 모두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며, 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피아트 재벌 일가(존 엘칸·John Elkann) 또한 지분 매각을 포함한 구조 재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타바레스의 발언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는 셀프 경고”라며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통합·분할 구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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