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희토류(rare earth)’ 확보를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중국이 오는 11월 8일부터 새로운 수출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희토류는 차량의 사이드미러, 스피커, 오일펌프, 브레이크 센서, 연료 누출 감지 센서 등 다양한 부품의 모터에 사용되며, 전기차(EV) 구동 시스템에서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문제는 이 중요한 원료의 공급망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컨설팅사 알릭스 파트너스(Alix Partner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 능력의 85%, 그리고 합금 및 자석 생산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수출 관리 리스트에 포함한 원소에는 이터븀, 홀뮴, 유로퓸 등 자동차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희토류가 포함됐다.
희토류는 중고차에서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관련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유럽 내 재고는 이미 거의 소진된 상태이며, 중국 공급업체가 11월 규제 시행 전 신규 주문을 처리하더라도 해상 운송에 45일가량이 소요돼 공급 병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의 수출에도 제한을 두고 있어 전기차 부품 전반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제조사 ‘넥스페리아(Nexperia)’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분쟁이 발생하며,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중국 희토류 수출업체들은 지난 10월 9일 새로운 규제 발표 직후 해외 고객들의 주문이 폭증해 단기간 내 ‘완전 판매’ 상태에 이르렀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완성차업계는 ‘탈(脫)희토류 모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ZF, 보그워너(BorgWarner) 등 주요 부품업체들은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모터를 개발 중이며, BMW와 르노는 이미 희토류 프리 모터 양산에 착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희토류 비의존 모터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수년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중국 외 지역에서 새로운 광산과 정제시설을 구축하는 노력도 시간이 필요하며, 중국이 가격을 낮춰 경쟁국의 개발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저작권자(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