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유명 IP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명 IP일수록 저작권 관리가 매우 까다로운 편이며,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아무에게나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죠. 웬만큼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면 제안해볼 기회조차 얻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유명 IP들이 모두 손잡으려고 하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완구 시장의 절대 강자이자, 게임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가진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은 레고 게임 시리즈입니다.
완구 레고를 보면 영화는 물론이고, 게임 캐릭터 등과의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1997년 레고 아일랜드로 시작된 레고 게임 역시 레고 무비, 닌자고 무비 등 자체 IP 기반 게임은 물론이고, 유명 IP들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후속작들이 꾸준히 발매되면서, 레고 게임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정도로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게임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메타크리틱에서 확인해보니, 지금까지 발매된 레고 게임이 총 193종이나 된다고 하네요.
그동안 레고 게임 시리즈로 발매된 라인업들을 보면 정말 화려합니다. 최근 몇십년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유명 영화들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SF 영화의 대명사 스타워즈, 히어로 영화를 대표하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 DC가 위기 때마다 꺼내는 필살기인 배트맨, 판타지 영화의 끝판왕 반지의 제왕, 아동 판타지의 전설로 자리잡은 해리포터 시리즈, 인디아나존스, 쥬라기공원, 인크레더블 등 영화나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이름을 들어봤을 명작들로 가득합니다. 어찌보면 레고 게임으로 발매되려면 이 정도 흥행을 거둔 IP여야 자격이 생긴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은 영화 개봉 스케줄에 맞춰야 하다보니 개발 기간이 촉박해서, 원작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완성도로 등장해서 욕을 먹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 IP를 기반으로 한 레고 게임들은 흥행 성적도 좋습니다. 발더스게이트3나 엘든링처럼 GOTY(올해의 게임)를 탈만큼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메타크리닉에서 대부분 80점대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네요.
누구나 알만한 유명 IP의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귀엽고 깜찍한 레고 캐릭터로 변신을 하고, 별다른 규칙을 배울 필요도 없이, 버튼만 누르다보면 영화의 매력적인 장면들이 그대로 연출되는 형식이다보니,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들을 처치해도 죽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레고 완구처럼 레고 부품 분해되는 귀여운 연출이 나오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부담없이 권해줄만한 게임입니다.
특히, 스타워즈의 경우 시퀄 3부작은 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로 시리즈를 망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지만, 시퀄 3부작을 담아낸 레고 스카이워커 사가는 1편부터 9편까지 스토리를 충실히 담아내 영화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만 있는것도 아닙니다. 레고 게임 시리즈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보니, 유명 게임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소니의 인기 게임인 호라이즌 시리즈와도 손을 잡아 레고 호라이즌 시리즈가 발매됐고, XBOX 대표 레이싱 게임인 포르자 호라이즌4의 DLC로 모든 차량과 맵을 레고로 변신시킨 레고 스피드 챔피언 확장팩이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화제되는 모든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포트나이트에도 신규 게임으로 레고 포트나이트가 추가됐네요.
이처럼 레고 게임들이 계속 호평을 받고 있다보니, 레고 그룹도 자사의 게임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영국의 TT게임즈가 레고 게임 개발을 전담하고 있었는데, 최근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자체 개발자 수를 1800명 이상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게임사들은 유명 IP를 만들어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레고는 가만 있어도 유명 IP들이 협력하자고 줄을 서고 있으니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완구 시장을 장악한 작은 블록이 게임 시장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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