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한 환경단체가 충전하지 않는 PHEV 친환경 이미지를 비판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출처: 랜드로버)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내연기관에서 순수전기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이상적 연결고리로 여겨졌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의 친환경적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유럽의 환경단체 '트랜스포트 앤 인바이언먼트(Transport & Environment, 이하 T&E)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실제 주행 환경에서 공식 인증 수치보다 최대 5배 많은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E가 유럽 내 80만 대의 차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실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9g/km으로 이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주장하는 28g/km보다 거의 5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T&E는 유럽 내 80만 대 차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PHEV 모델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실험 결과보다 5배 높다고 밝혔다(출처: T&E)
또 이 같은 원인에는 실제 운전자들이 충전하지 않기 때문으로 T&E는 “대다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운전자는 차량을 정기적으로 충전하지 않거나, 충전 자체를 포기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솔린 모드로 주행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도 완만한 가속·언덕길 주행·추운 날씨 등의 상황에서 내연기관이 쉽게 개입해 전기모드 주행 비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T&E는 이번 결과가 제조사와 규제 당국이 설정한 시험 조건이 실제 주행 조건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조사 당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4g/km로, 당시 인증치(38g/km)의 약 3.5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신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오히려 더 커졌다.
T&E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회사가 광고하는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은 연료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출처 T&E)
이에 따라 T&E는 “소비자들은 약속된 연비와 탄소 절감 효과를 믿고 차를 샀지만, 실제로는 연료비는 늘고 탄소 발자국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T&E가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밝힌 바에 따르면, 유럽 가정들은 평균적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홍보했던 것보다 연간 500유로, 한화 약 83만 원을 연료비로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E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비현실적인 공식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 방식을 이용해 수십억 유로의 환경 벌금을 피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이전 연구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 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기 모드로 주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인 유틸리티 팩터(Utility Factor)를 줄이는 더욱 엄격한 규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T&E는 더욱 강력해지는 유럽 연합의 규제에도 더 강력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출처: T&E)
현행 규정에 따르면 60km 전기주행거리를 가진 차량이 약 80%의 주행을 전기모드로 달린다는 전제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지만, 해당 비율은 2025~2026년에는 54%, 2027~2028년에는 34%로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다만 이런 강화된 규정에도 T&E는 2027~2028년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실제 배출량과 인증치 간 격차는 여전히 18% 차기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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