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짝퉁 에어백'으로 최소 8명 이상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불법으로 제조·수입한 중국산 에어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FBI는 중국산 ‘짝퉁 에어백’이 정품 대비 최대 90%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폭발력이 두 배 이상 강해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어백은 전개 과정에서 적절한 압력을 초과할 경우 파편이 운전자의 목이나 얼굴을 관통하는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초래한 다카타 에어백이 대표적인 사례다.
FBI는 지난 수년간 발생한 에어백 관련 사망·부상 사례를 재조사한 결과, 중국산 불법 제품이 관여된 사고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짜 에어백은 정품과 동일한 하우징·로고를 사용해 겉보기엔 구분이 어렵고 온라인을 통해 정품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아마존·이베이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정황도 확인됐다. FBI와 미 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이 불법 에어백은 폭발 시 금속 파편과 플라스틱 조각이 탄환처럼 튀어나와 운전자의 얼굴·경부를 직격한다.
문제는 다카타 에어백과 다르게 중국산 짝퉁 에어백은 의도적으로 불법 제조와 유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NHTSA는 “가짜 에어백은 안전 장치가 아니라 살상 무기와 같다”며 “인플레이터(가스 발생기)에 사용된 금속 재질과 폭약 성분이 규격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제품은 안전검사 기준조차 통과하지 않은 원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 에어백들은 대부분 중국 광둥성과 저장성 일대의 무허가 공장에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품 제조사의 금형과 로고, 포장재를 복제해 'OEM Replacement(순정 호환)'으로 둔갑해 판매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유럽·중남미 지역을 거쳐 미국으로 재수입하는 ‘우회 유통’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FBI는 현재 미 전역 21개 주에서 불법 에어백 판매·장착 네트워크를 추적 중이며 특히 중고차 수리·복원 업계가 주요 유통 경로로 지목했다. 미국 교통부는 “에어백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 반드시 제조사 공식 부품을 확인해야 한다”며 VIN(차대번호)을 통한 에어백 진품 조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품 대비 지나치게 싼 가격의 에어백은 대부분 위험 신호”라고 경고한다. 일부 불법 제품은 정품 대비 한 개당 50~100달러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외관·포장·시리얼 넘버까지 완벽하게 위조해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정비업자도 속기 쉽다고 경고했다.
FBI는 이를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산업형 범죄”로 규정하고 수입·판매자뿐 아니라 설치업체에도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중국산 짝퉁 에어백이 심심치 않게 유통되고 있으며 해외직구형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등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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