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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고, 중국 내 신에너지차(NEV) 판매 비중은 지난해 7월 기준 50%를 넘어섰다. 정부가 2035년 목표로 제시했던 수치를 10년 앞당긴 성과다.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공급망 전체를 손에 쥔 중국이 이제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차는 더 이상 '키워야 할 산업'이 아니라 '정리가 필요한 산업'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문제는 과잉이다. 중국 내 전기차 제조사는 169개에 달한다. 자토 다이내믹스 분석에 따르면 이 중 9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 보조금에 기대 무분별하게 생산 시설을 확충한 결과다. 실수요보다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량을 늘려온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 중국 내에서도 과잉 생산,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가 나온진 오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기차 산업의 자립을 준비해왔다. 2022년 말 전국 단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종료됐고, 구매자 세금 환급 제도 역시 2027년 완전 폐지를 목표로 단계적 축소에 들어갔다. 이번 5개년 계획은 그 완성판이다.
 
 
  전략적 신흥산업 목록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전기차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전방위 지원에서 선택적 육성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 상장 자동차 제조사 17곳 중 흑자를 낸 곳은 11개뿐이었다. 보조금이 사라진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정책 담당자들이 이제 전방위적 접근이 아닌 표적형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제조사들은 저품질 차량 생산을 줄이고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할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제조사들이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충분히 차별화된 핵심 강점'을 구축해야 한다. BYD나 리프모터 같은 브랜드는 공급망 통합 능력을 강화해 원가 우위를 확보하고 가성비 높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샤오미나 화웨이가 주도하는 기술 협력체 HIMA에 참여한 기업들은 브랜드 파워와 IT 기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를 전략 목록에서 뺀 것은 포기가 아니라 재배치다. 미중 무역 갈등과 안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립자강(自立自强)' 전략에 따라 다른 기술 분야로 자원을 이동시키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가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가 5개년 계획의 전략 산업에서 빠졌다 해도 중국의 관계 부처들은 앞으로 더 세밀한 개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방치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전 산업을 떠받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품질 고도화에 집중하는 기업만 살아남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시장 논리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불러온다. 169개 제조사 중 상당수는 2~3년 내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방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근근이 버티던 중소형 업체들은 자금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체질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조금 경쟁이 아닌 기술 경쟁,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진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는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품질과 기술로 승부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BYD는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 전기차의 수출 공세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수 시장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이 해외로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으며, 이 중 전기차가 핵심 역할을 했다.
한국 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이 포기한 보조금 경쟁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브랜드 가치로 승부해야 한다. 배터리 성능, 충전 인프라,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 통합 능력 등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줄인다는 것은 '시장이 답을 내릴 때가 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10년간의 집중 투자로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 된 중국은 이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도약을 노리고 있다. 중국이 시장 논리로 산업을 재편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은 보조금이 아니라 혁신으로 결정된다는 중국의 메시지를 한국 업계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조금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 진짜 실력자만 살아남는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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