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 인버터 → 모터 → 구동축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구동 흐름. 2-스테이지 시스템은 인가 전압을 확장해 고부하 영역에서도 성능을 유지한다. (출처:유튜브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 기술 영상을 그룹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은 승차감과 정숙성, 효율로 대표돼 온 전기차 시장에서 고출력 퍼포먼스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기술이다.
기아 EV6 GT와 현대차 아이오닉 5 N 등 고성능 전기차에 적용해 실전 검증을 거치고 있는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은 효율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전기차 구동계는 모터·감속기·인버터가 한 세트로 구성되고 인버터는 배터리에서 공급되는 직류 전력을 교류로 변환해 모터 회전에 전달한다. 고출력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면 도심·저부하 구간에서 효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효율을 강조하면 고속·고부하 영역에서 성능 한계가 드러나는 구조적 트레이드오프가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이 균형을 깨고자 인버터의 ‘스위칭 능력’에 주목했다. 기존 전기차 인버터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6개로 구성된 스위칭 회로를 사용한다. 현대차∙기아는 여기에 실리콘(Si) 기반 전력반도체 6개를 추가해 총 12개 스위칭 소자를 가진 2-스테이지 인버터 구조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모터에 인가되는 전압 범위를 기존 대비 약 70%까지 확장, 고속 회전 영역에서 출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기술적으로는 저속·일상 주행 시에는 기존 스위치만 구동해 효율을 유지하고, 고속·고출력 상황에서는 두 스위치 세트를 모두 활성화해 순간 출력 성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낮은 자세로 트랙을 가르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6 N.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을 탑재해 성능과 효율성을 확보했다.(현대자동차 제공)
다만 스위치 수를 단순히 늘리는 것만으로는 구현이 어렵다. 전환 시점에서 토크 변동, 소음, 진동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자체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해 모드 전환 구간에서 이질감 없이 토크를 연속적으로 연결하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즉, 하드웨어 확장과 소프트웨어 제어가 동시에 맞물려야 가능한 구조다.
이 시스템은 이미 EV6 GT, 아이오닉 5 N, 아이오닉 6 N, 아이오닉 9 등에 적용돼 고속 주행 안정성, 서킷 랩타임 유지 성능, 도심 효율 유지 능력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기아는 관련 기술에 대해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총 47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향후 출시될 고성능 및 대형 세그먼트 전기차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에서도 ‘고출력과 고효율의 동시 확보’는 핵심 경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테슬라와 포르쉐가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 인버터로 효율을 강화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EQS, BMW i4 등이 장거리 효율과 주행 정숙성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하나의 전기차 내에서 주행 조건에 따라 전환되는 듀얼 인버터 구조라는 차별적 접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방향성이 분명하다.
전기차 시대의 경쟁은 단순 가속력 수치보다 얼마나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성능과 효율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이번 기술을 일반 고객에게 설명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도 ‘스펙 경쟁’에서 운영 전략과 제어 기술 경쟁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현대차∙기아 연구진은 “경쟁사가 이 시스템을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기차 기술 경쟁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라며 “고출력과 고효율의 동시 실현은 단순 성능 수치가 아니라 구동 제어 역량의 수준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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