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 지난 9월 9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린 IAA Mobility 2025에 현대자동차가 전시한 소형 전기동력 차량 ‘콘셉트3’는 차량을 만드는 재료와 표면 처리 방법, 인터페이스 등에서 미래의 변화 방향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도에 준중형 EV 콘셉트 카 ‘45’, 2020년도에 중형 EV 콘셉트 카 ‘프로페시’, 2021년도에 대형 EV 콘셉트 카 ‘세븐’ 등을 내놓았고,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등 주로 준중형 이상에서 대형급에 이르는 전기동력 차량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3’는 소형 차체로, 유럽에서 늘어나는 소형 전기동력 차량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로 보입니다. 이미 앞의 글에서 르노4와 르노 5등 유럽 메이커의 B-세그먼트 급의 소형 전기동력 차량의 디자인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판되는 소형급 전기동력 차량은 보기 어렵습니다.
‘콘셉트3’의 차체 형태는 후드와 도어 패널, 뒤 펜더 등이 서로 다른 조형 방법으로 설정돼 있으면서도 하나의 차체로 연결되는 형태입니다.
한편 둥근 곡면과 날이 선 모서리가 서로 연결돼 앞 휠 아치까지 덮은 형태의 클램쉘 후드는 이미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90등의 양산차량에 적용된 구조이기도 합니다.
측면의 두 개의 문을 모두 연 상태에서는 B-필러가 없는 코치도어 형식을 보여줍니다. 사실상 이러한 형식의 코치도어는 아직 국내에 양산형 차량이 없기는 하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 차량에 이런 구조의 코치도어가 적용될 것이라고 하니,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콘셉트3’에서 보여주는 디자인 주제는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 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팽팽하게 당긴 면의 탄력과 날카로운 모서리가 공존하는 형태입니다.
이 형태는 수학적인 수치에 의한 곡면이어서 유기체족 형태의 부드러운 곡면과는 다르게 팽팽하게 당겨진 기계적이고 디지털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컴퍼스로 돌린 듯한 동심원을 이루는 휠과 휠 아치 역시 기하학적 곡선을 보여줍니다.
한편 B-필러 이후 모서리를 날카롭게 강조하면서 꺾여 올라가는 캐릭터 라인이 벨트라인과 하나로 되면서 C-필러로 연결되고 삼각형의 쿼터 글라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차체의 표면은 페인트 도장이 아닌 아노다이징(anodizing) 기술, 즉 산화피막 처리에 의해 부식을 방지하는 금속 표면 처리기법이 적용된 이미지로서 무광택의 질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질감의 중간 톤 회색 차체와 마치 레몬 색감의 유리창의 조합으로 팬시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지 유리창만이 레몬 색조로 된 것이 아니라 실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좌석, 그리고 바닥에 모두 레몬색과 밝은 연두색에 가까운 색채를 적용했습니다. 다른 부분에도 밝은 회색조를 적용해서 전반적으로 밝은 파스텔 조의 색채 조합을 보여줍니다.
스티어링 휠은 8각형의 형태이면서 옆으로 긴 비례로 마치 자율주행이 차량 인터페이스와 비슷한 이미지입니다. 스티어링 휠의 중심에는 파라메트릭 픽셀의 개념에 의한 전광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파라메트릭 픽셀의 개념은 속도계 클러스터에도 적용돼 있습니다. 클러스터는 각각 네 개의 정사각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양쪽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이들 네 개의 정사각형 디스플레이에는 운전자가 필요한 기능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 맞춤 설정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속도계의 위치나 기타 계기의 위치를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다면 사용자 맞춤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에 더해서 글씨의 크기까지도 운전자의 연령이나 시력 조건에 맞추어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콘셉트3’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요소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양 끝에 동그란 디스플레이 패널이 있고, 그곳에 마치 인공지능 캐릭터처럼 생긴 아이콘이 표시돼 있는 것입니다.
‘미스터 픽스(Mr. Pix)’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캐릭터의 아이콘은 호기심, 기쁨 같은 정서적 유대감도 있다고 합니다. 이 기능이 어느 정도까지 작동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다면 얼마든지 작동 가능할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앞 좌석의 머리 받침대는 좌석 안전띠와 함께 구성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B-필러가 없는 구조이기에 좌석에 앵커를 설치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차량 앞 좌석 안전띠 앵커는 B-필러에 설치돼 있으므로, 승객을 좌석과 일체로 고정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처럼 머리 받침대에 고정된 안전띠는 좌석과 신체의 고정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큰 머리 받침대는 자동차의 것이기보다는 집안에 놓이는 가구와 비슷한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공식 자료에서는 차량 내부에 해양 폐기물 섬유와 경량 알루미늄 폼과 같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내용도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도어 패널의 단면 부분을 보면 재활용된 수지를 마치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것처럼 보이는 부품으로 구성된 모습이긴 합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메이커 별로 디자인의 창의성이나 고유한 아이덴티티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재활용 기술에 적용 가능한 표면처리기술 역시 창의적으로 발전돼야 할 것입니다. ‘콘셉트3’의 내/외장 디자인은 그러한 디자인 요소가 재활용 소재의 사용 자체만이 아니라, 그에 의한 형태의 다양성도 찾아볼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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