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래픽만 화려할뿐 비슷한 스타일로 쏟아지고 있는 대형 게임들에 지친 게이머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디 게임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스팀에서도 인디 게임이 입소문만으로 AAA급 게임을 제치고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라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BIC나 플레이엑스포 등 다양한 인디 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행사들도, 다른 게임쇼 못지 않게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다만, 인디 게임 시장 역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로그라이크, 덱빌딩 등 많이 팔리고 있는 특정 장르에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아예 유명 게임들을 그대로 따라해서 스킨만 바뀐 듯한 느낌을 주는 게임들도 있을 정도다.
인디 게임사들은 자금력,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팔릴 게임을 만들지 못하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인디 게임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 같은 현실에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이렇다보니,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색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인디 게임들에 더욱 더 눈길이 가게 된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도 잘 안 만드는 장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다행히 요즘은 찾기 힘들어진 정통 추리 장르를 표방한 인디 게임 몇 종이 2025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액션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부가 요소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추리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형 게임은 요즘 찾기 힘들기 때문에, 20년 넘게 역전재판만 바라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팀요람이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요람은 독특하게도 살인자가 주인공인 추리 게임이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모순을 지적하고, 거짓된 진실을 만들어간다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1800년대 영국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고전만화 같은 풍의 그래픽으로 구현해, 추리 소설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셜록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발사 사정으로 인해 6월로 예정됐었던 출시일이 11월로 연기됐지만, 그만큼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서 연쇄 살인범으로 몰릴 위기에 몰린 주인공이 자신의 살인은 감추고, 다른 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더욱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될 예정이다.
올해 내 출시를 예고한 검귤단의 킬라는 이미 다수의 인디 게임쇼에서 수상하면서 흥행이 보장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BIC, 버닝비버 수상에 이어, 일본 인디 게임행사인 제2회 GYAAR Studio 인디 게임 콘테스트에서도 수상하면서, 반다이남코의 초청으로 도쿄게임쇼에도 참가했다.
이 게임은 스승을 죽인 범인 ‘라’를 찾고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 발할라의 여정을 그린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일반적인 추리 게임은 살인현장 등에서 각종 증거를 찾아내서 용의자의 논리를 파헤치는 전개로 흘러가지만, 이 게임은 ‘공명과 꿈’이라는 독특한 추리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명’을 통해 용의자의 무의식 속에 들어가, 그들의 생각을 읽으며 단서를 얻어내게 되며, ‘공명’에서 얻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꿈’이라는 단계에서 진범을 추리하고, 범인을 처단하게 된다. 무의식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사이니, 용의자의 거짓말에 발목을 잡힐 일이 없다.
보통 추리 게임은 범인이 정해져 있어 한번 플레이하면 끝이지만, 이 게임은 캐릭터 루트마다 엔딩 대사를 다르게 준비해 멀티 엔딩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인형극을 보는 듯한 독특한 그래픽이 몰입감을 더해준다.
초능력 미스토리 게임인 스테퍼 시리즈로 흥행에 성공한 팀테트라포드는 또다른 신작으로 추리 게임 장르를 대표하는 인디 게임사로 자리를 굳히겠다는 포부다.
지난 2023년 스테퍼 케이스 출시로 이름을 알린 팀테트라포드는 2025년에 스테퍼 케이스 닌텐도스위치 버전도 출시했으며, 그 사이에 스테퍼 케이스의 스핀오프 작품들인 스테퍼 리본과 초능력 추리 카드 게임 다이스 이터도 선보였다. 인디 게임사가 여러 작품을 통해 초능력이 현상으로 존재하는 세계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장대한 서사가 펼쳐지는 ‘테트라포드 사가’를 구축한 것이 인상적이다.
내년에는 같은 세계관을 이어가는 또 다른 신작 ‘스테퍼 레트로’도 준비 중이다. 2023년 첫 작품 이후 벌써 4번째 작품인 만큼, 이미 탄탄한 고정팬 층이 형성돼,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 게임사들은 그동안 온라인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보니, 공통적으로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구현하는데 미숙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오로지 스토리 하나로 승부를 봐야하는 추리 게임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