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가 개최됐다.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지스타는 올해 역시 국내외 개발사·퍼블리셔·투자사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며 신작 공개와 네트워킹이 동시에 이뤄지는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사장 내 B2B 부스에서는 글로벌 공동 개발 기업 버추어스(Virtuos)가 자리를 마련했다. 버추어스는 그동안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메탈기어 솔리드 Δ’ 등 여러 글로벌 콘솔·AAA 타이틀 포팅 및 개발 지원 작업을 맡아온 세계적인 공동 개발 스튜디오로, 탄탄한 기술력과 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갖춘 회사다.
국내 개발사들의 콘솔·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며 버추어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가운데,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인터뷰에는 버추어스 필립 앙헬리 북아시아 총괄과 버추어스 서울 윤승환 지사장이 자리했다.
Q. 먼저 두 분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윤승환 지사장 –2005년부터 게임업계에 뛰어들어 약 2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게임 퍼블리싱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에 웹젠 북미법인장, 카밤 시니어 프로듀서 등의 역할을 거쳤다. 2025년 3월 설립된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의 총괄이자 지사장으로서 한국 개발사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A. 필립 앙헬리 북아시아 총괄 –버추어스에서 16년째 근무하고 있다. 초기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비즈니스 개발을 담당하며 한국·일본·유럽 개발사와 협업 구조를 만들었고, 이후 아트·엔진·기획 등 생산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로 확장했다. 현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북아시아 지역 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Q. 버추어스는 어떤 회사인가?
A. 필립 총괄 –버추어스는 유비소프트 출신 개발자가 설립한 글로벌 공동 개발 전문 스튜디오다. 베트남 약 1천 명, 유럽 9개 스튜디오 약 1천 명, 북미 4개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 세계에서 약 4천 명 규모의 개발 조직을 갖추고 있다. 아트, 엔진,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게임 개발 핵심 파트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강점이다.
Q. 버추어스의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A. 필립 총괄 –버추어스는 ‘오블리비언 리마스터’(기획 포함), ‘메탈기어 솔리드 Δ’, ‘사이버펑크2077’ 향후 DLC, ‘듄: 어웨이크닝’의 핵심 스토리 개발, ‘호라이즌’ 시리즈의 로봇·캐릭터 제작 등 AAA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왔다. 또한 ‘데이브 더 다이버’의 PS4·PS5 포팅, ‘콜 오브 듀티 온라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Q. 최근 버추어스가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A. 필립 총괄 –우리의 초점은 공동 개발이 필요한 핵심 제작 공정에 맞춰져 있다.기획, 2D·3D 애니메이션, 엔진 작업 등의 분야에 집중한다. 다만 QA나 번역을 맡고 있지는 않다.
Q. 현 게임업계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필립 총괄 –최근 흐름은 ‘동양에서 서양으로’, ‘서양에서 동양으로’라고 말하고 싶다. 아시아 감성과 비주얼이 서구 이용자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스텔라 블레이드가 대표 사례다. 반대로 서구 개발사들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기술의 발전으로 소규모 팀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쉬워졌고, 버추어스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며 많은 팀을 지원하고 있다.
Q. 게임업계에서는 AI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버추어스도 AI를 활용하는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필립 총괄 –물론 버추어스도 AI를 일부 활용하고 있다. 코딩 보조는 물론, 리메이크 및 리마스터 등에 필요한 이미지 업스케일링에도 AI가 활용된다.
AI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AI는 개발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보조 도구라고 생각한다. AI 활용이 아티스트나 애니메이터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관련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AI는 창의적 작업을 확장하는 기술이지, 인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Q. 플랫폼별 개발 시 고려할 점이 있다면?
A. 윤승환 지사장 –콘솔은 사양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적화가 가장 중요하다. 버추어스는 스위치1 포팅만도 20개 이상 수행한 경험이 있어 아트 최적화와 성능 조정에 대한 노하우가 매우 풍부하다. 또한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UI·조작 구조가 다르므로 이를 사전 분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Q. 스위치2 등 신규 플랫폼 대응 노하우가 따로 있다면?
A. 윤승환 지사장 –현재 스위치2 관련 프로젝트만 5~6건 진행 중이다. 아트·엔진·UI/UX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 새로운 콘솔이 나오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게임 포팅 지원 업무를 진행해본 만큼, 쌓인 경험을 토대로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사이버펑크2077’ DLC의 맥OS 포팅도 진행하는 등 꾸준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Q. 자체 개발 게임을 만들 계획이 있는가?
A. 필립 총괄 –버추어스는 자체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는 방향은 지향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내부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고객사에 제안하는 방식은 고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금광 위에 앉아 있다’. 구체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IP가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IP를 살리는 걸 도와주고 싶다.
Q. 올해 버추어스 서울이 설립됐다. 버추어스 서울의 비전은 무엇인가?
A. 윤승환 지사장 –버추어스 서울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첫째, 경험이 많은 소규모 코어팀을 기반으로 한국 개발사와 글로벌 스튜디오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단순 아트나 이식 작업뿐 아니라 기획과 창의적인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는 공동 개발 스튜디오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미 제안 기반 기획 프로젝트도 하나 진행 중이다.
Q. 버추어스가 생각하는 한국 개발사의 강점은? 더 개선하면 좋을 방향성도 궁금하다.
A. 필립 총괄 –한국 개발사는 그래픽 완성도가 높고 오픈월드·온라인·MMO 분야에서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작은 팀이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내는 능력도 강점이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면 PC·모바일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콘솔 플랫폼까지 개발 영역을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
Q. 한국 개발사가 버추어스와 협업할 때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A. 필립 총괄 –한국 개발사가 버추어스가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트·엔진 포팅뿐 아니라 기획 보조, 아이디어 논의 등 실제 개발 공정 전반을 내부 개발팀처럼 지원할 수 있다. 공동 개발 파트너로서 파이프라인을 맞추는 것이 버추어스의 방식이다.
Q. 마지막으로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필립 총괄 –현재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게임 역시 그 흐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버추어스가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A. 윤승환 지사장 –버추어스는 외부 개발사지만 협력 업체와 개발 파이프라인을 공유하고, 사용하는 툴까지 맞춰 내부 개발사처럼 쉬운 공동 개발을 지원하는 회사라고 본다. 또한 게임업계에서는 목표하는 날짜에 맞춰 프로젝트 규모를 급하게 줄이거나 늘리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 인력이 순간적으로 많이 필요한 시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같은 과정도 버추어스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개발, 게임 방향성 선정 등 고민이 생긴다면 언제든 찾아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