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동력 SUV 모델 BYD 씨라이언7이 국내에 공식적으로 출시됐습니다. 이 모델은 BYD 코리아가 국내에 세번째로 내놓는 모델입니다. BYD 출시 이전에 이미 중국산 자동차는 우리나라에 몇 차례 들어왔고, 주로 소형 밴, 전기 동력 1톤 트럭, 대형 버스 등 상용차 차종이 팔리긴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11일에 중국 자동차 기업 BYD 가 만든 전기동력 SUV모델 씨라이언7(Sealion7)이 공식 출시됐습니다. 씨라이언(Sealion)은 문자 그대로 바다사자를 의미합니다. 우리말의 다른 명칭으로는 ‘강치’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BYD는 올해 1월 16일에 첫 모델로 ‘ATTO 3’라는 이름의 소형 전기동력 SUV를 내놨고, 7월에는 중형 전기동력 세단형 차량으로 ‘SEAL’ 이라는 차량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씰(seal)은 바다표범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BYD는 이들 차량 외에도 버스와 트럭 등을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씨라이언7 모델은 1호차 출고 행사도 여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 대다수가 중국산 차량에 대해 가진 선입견은 짝퉁 디자인과 낮은 품질이라는 게 대체적입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까지 우리들이 뉴스를 통해 접했던 중국산 차량의 디자인은 해외의 유수 브랜드의 차들을 거의 그대로 베낀 디자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국산 경승용차 마티즈를 거의 똑같이 만든 차도 있었습니다. 그 차량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팔리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 소식 등을 통해 우리는 그런 차들의 존재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런 중국 차의 디자인과 품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런 디자인을 보면서 ‘후안무치(厚顔無恥: 부끄러움을 모를 정도로 얼굴이 두텁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차의 그런 짝퉁 디자인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불편한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런 디자인을 해준 곳이 우리나라의 어느 군소 디자인 사무실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시기에 다수의 중국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디자인 일감을 수주해 일해준 우리나라의 디자인 전문업체는 여러 곳이 있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괜찮은’ 완성도의 디자인을 해주었고, 사실 그런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가진 디자인으로 개발된 중국 기업의 차들은 비난거리가 되지는 않아서 오히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디자인 업체들 중 한 곳이 바로 그런 짝퉁 디자인을 해줬고, 그 디자인의 차들이 중국산 차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어이없는 짝퉁 디자인을 보면 눈이 여러 개 달린 사람이 디자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25년이 됐고, 이제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에서 1년동안에 팔리는 새 차의 대수가 3,200만 대이고, 최근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보유 대수가 2,600만대에 다가서고 있으니, 중국은 매년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큰 나라가 하나씩 생겨나는 셈입니다.
게다가 단지 팔리는 수량이 많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며 시행착오 끝에 이루어지는 자동차기업의 기술발전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당연히 이제 중국은 한국 디자인업체의 힘을 빌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차량 디자인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을 개발하는 건 반도체 제조와 같은 첨단기술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 대신 실제로 개발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방법과 노하우가 절대적이기에, 교과서적인 이론이나 프로세스를 안다고 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비록 ‘짝퉁차’ 이지만 그 개발을 거치는 십여 년 동안 중국 기업의 디자인 개발 노하우가 축적된 건 물론이고, 이제는 ‘좋은 디자인’을 고르는 안목도 생겼을 걸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보는 BYD의 씨라이언7이 어느 부분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무조건적으로 BYD 씨라이언7을 칭찬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신 우리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중국산 자동차’라는 선입관을 배제하고 차량 자체만을 살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중국산 자동차라는 생각을 걷어내고 살펴본 BYD 씨라이언7의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그러한 차량을 가지고 BYD가 제시한 판매 가격은 우리가 가벼이 넘길 수준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이미 우리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택시 차량도 중국 공장에서 제조된 것을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제조된 쏘나타 택시의 품질은 국내에서 제조된 쏘나타와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BYD의 씨라이언7의 차체 디자인에서 어느 나라의 자동차와 비슷해 보인다 거나 어느 모델을 카피했다는 인상도 사실상 들지 않습니다. 실내의 가죽 품질이나 조립 마무리 역시 아쉬움이 느껴지는 수준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찌 보면 BYD의 씨라이언7이 넘어야 할 장벽은 물리적 품질이나 성능, 혹은 디자인의 창의성이나 완성도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중국산 자동차라는 편견일지도 모릅니다.
BYD의 씨라이언7의 판매를 계기로 앞으로의 BYD의 행보가 그러한 선입관을 어떻게 뛰어 넘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울러 이제 세계 시장에서 주류로 올라서고 있는 중국의 자동차산업과 자동차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아니 어쩌면 더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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