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양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 미래 산업 전환을 위한 125조 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출처: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직전 5년간 투입한 89조 1000억 원을 크게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단일 기업이 한국에 집행하는 투자로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연평균 25조 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되는 이번 계획은 AI, 로봇, 수소, 전동화 등 미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한 대미 관세를 그룹이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미국과의 관세 문제가 정리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현대차그룹은 국내 제조업 경쟁력 유지와 수출 기반 강화를 위해 보다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의 핵심은 미래 신사업이다. 전체 계획 가운데 50조 5000억 원이 AI,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산업 등에 집중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차량 내 AI와 스마트 팩토리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 로보틱스 생태계 육성도 본격화된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기술을 검증하는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센터가 구축되고, 로봇 완성품 제조공장과 파운드리까지 조성되면서 로봇 기술 확보부터 위탁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한국 내에 자리 잡게 된다. 이는 협력 부품사들의 로봇 산업 진출 가능성을 넓히고, 고부가가치 부품 국산화와 수출 확대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수소 생태계 확장 역시 중요한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서남권 지역에 1GW급 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수소 출하센터와 충전 인프라까지 구축해 수소 생산과 공급을 아우르는 기반을 조성한다.
더 나아가 PEM 수전해기와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까지 확보해 국내 수소 산업을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육성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AI·수소·V2X 기술이 융합된 ‘수소 AI 신도시’ 조성도 검토될 만큼 미래 도시 모델의 실증까지 아우르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생산거점 고도화도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울산·창원·광주·전주·아산·대구·화성·평택 등 전국 주요 공장에 걸쳐 신차 투입에 맞춘 라인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내년 준공되는 울산 EV 전용공장은 그룹의 첫 전용 전기차 공장이며, 2027년에는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가동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전기차 차체와 고전압 배터리팩이 조립되는 모습.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 거점에 대한 설비 고도화와 신규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을 가속하고 있다.(출처:현대자동차)
기아 역시 화성 공장에 PBV(목적 기반 차량) 전용 거점을 구축하며 전동화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 LNG 자가발전소를 추진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국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계열사 전체가 친환경 제조 기반 강화에 나서고 있다.
R&D와 경상투자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은 38조 5천억 원을 R&D에, 36조 2천억 원을 경상투자에 배정했다.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900km급 EREV(항속 확장형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기술 고도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 미래 파워트레인 경쟁력 확보가 주요 목표다.
또 엔드투엔드 딥러닝 기반의 'Atria AI'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42dot과 모셔널 등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공개한 ‘플레오스(Pleos)’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함께 2026년 하반기에는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시험차(SDV 페이스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생산기반 강화는 수출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EV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로 육성해 수출 지역을 넓히고 공급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218만 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 대까지 확대하고, 전동화 차량 수출은 69만 대에서 176만 대로 2.5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 강화도 이번 투자 계획의 중요한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차 협력사가 부담한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고,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한 스마트공장 구축·원자재 구매·운영자금 지원·글로벌 판로 개척 등의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공급망 안정성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125조 원 규모의 투자는 국내 미래 산업 체질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의 글로벌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동반성장 프로그램 역시 지속 확대해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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