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km/h. 양산차 최고속 세계 기록. 불과 며칠 전 독일 에라-레신 서킷에서 달성된 이 숫자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정저우 서킷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 그 기록을 세운 바로 그 차가 내 앞에 서 있다. BYD U9. 1,200볼트 시스템과 960kW(약 1,306마력)의 출력을 품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야심작.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차에 대한 내용을 처음 확인했을 때의 감정은 복잡했다. 1,300마력, 2.3톤의 차체로 496km/h를 기록했다는 것. 숫자는 화려했지만,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과연 이 기록이 실질적인 성능을 증명하는 것인가, 아니면 일회성 퍼포먼스에 가까운 것인가. 더욱이 중국 시장에만 한정 판매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검증을 거친 하이퍼카들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지니어가 차량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을 해줬다. 케블라 강화 타이어, 특수 설계된 섀시, 그리고 500km/h 이상을 견디도록 만들어진 공력 패키지. 기술적 설명은 인상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헬멧을 쓰며 생각했다. 과연 이 차는 서킷에서의 짧은 인상을 넘어, 진정한 하이퍼카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시동버튼을 누르자 서킷 위의 U9이 조용하게 깨어났다. 전기 파워트레인 특유의 고요함. 피트아웃과 동시에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확실히 추진력은 강렬했다.
1,300마력이라는 수치를 사전에 알고 있었기에, 트랙션 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첫 가속에서 차체가 뒤쪽으로 가라앉으며 리어 타이어에 하중이 실리는 느낌은 분명했다. 2.3톤의 차체는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노면에 밀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내구성을 담보하는지, 혹은 서킷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첫 번째 코너 진입.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제동력 분배는 정교했다. 하지만 무게는 속일 수 없었다. 2.3톤이라는 질량이 코너링 중에 확연히 느껴졌고, 이는 일반 도로에서라면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랩에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접근했다. U9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속도계는 빠르게 숫자를 올려갔다. 시속 250km/h 부근까지 올라가자 공기저항이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했고, 차체는 직진성을 유지했다. 독일에서 496km/h 기록이 나온 것이 완전히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속도역에서의 주행이 일상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혹은 극한의 조건 하에서만 달성 가능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정저우 서킷의 뱅크 구간은 인상적이었다. 경사진 노면에서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는 완벽하게 포장되고 관리된 서킷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 도로, 특히 노면 상태가 균일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이런 퍼포먼스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피트인 후 차에서 내렸을 때, 감정은 복잡했다. 단 2랩의 주행이었지만, U9이 서킷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독일에서 496km/h 기록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차의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속도는 그 기록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고, 서킷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의 짧은 체험만으로 이 차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1,200볼트 시스템, 케블라 강화 타이어, 정교한 섀시 엔지니어링. 기술적 스펙은 화려하다. 하지만 하이퍼카의 진가는 단순한 최고속이나 서킷 퍼포먼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내구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의 안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오너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 사용성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U9은 분명 BYD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하이퍼카 영역에까지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다. 세계 최고속 기록이라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도 존재한다. 우선 이 차는 중국 시장에만 판매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검증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유럽이나 북미의 까다로운 안전 기준과 소비자들의 실사용 환경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글로벌 하이퍼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장기 내구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496km/h라는 극한의 속도를 반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배터리와 모터의 수명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실제 오너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나야 나올 것이다.
피트레인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U9은 인상적인 차다. 하지만 인상적이라는 것과 검증되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BYD는 분명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제 그 기준이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실질적인 가치로 증명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순간, 손끝에 남은 것은 U9의 안정감이 아니라, 아직 답해지지 않은 질문들이었다. 496km/h는 시작점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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