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난 10월 중순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동력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일렉시오(ELEXIO)’는 현대자동차의 중국 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했다고 합니다. 즉 국내에서 개발한 차량을 중국 현지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 아니라, 현지의 연구 인력들이 개발한 차량이라고 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현대자동차의 전기동력 차량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일렉시오의 전장ⅹ전폭ⅹ전고는 4,615ⅹ1,875ⅹ1,675(mm)이며, 휠베이스는 2,750mm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크기는 기아자동차의 전기동력 차량 EV5의 제원 전장ⅹ전폭ⅹ전고 4,610ⅹ1,875ⅹ1,675(mm)에, 휠베이스 2,750mm와 비교하면 길이 5mm 짧은 것 외에는 같아 보입니다.
전체의 차체 디자인에서 앞 유리부터 A-필러를 거쳐 B, C-필러까지 연결된 직선적 인상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쪽의 쿼터 글라스에서 사선으로 올라가는 그래픽의 회색 톤의 필러 가니시 역시 직선적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앞모습과 뒷모습에서도 긴 램프와 네 개의 사각형 LED 램프에 의한 수평적 이미지의 인상이 보입니다. 여기에 앞, 뒤의 범퍼도 수평 방향으로 면을 분할해서 차체 폭을 강조해 넓은 인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앞문 아래에서 시작된 검은색 수평 가니시는 뒷문과 뒤 범퍼까지 이어진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선으로 올라가는 그래픽의 D-필러 가니시, 수평형 램프, 그리고 펜더의 근육질 굴곡 등의 요소들이 결합돼 전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차체 앞과 뒤의 현대 브랜드 심벌을 가린다면 다른 브랜드의 차량처럼 보일 수도 있을 듯한 인상입니다. 이건 물론 중국 현지 연구소에서 개발한 차량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세계의 주요 자동차 기업은 모두가 거점 시장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시장이 위치한 곳에 디자인과 설계를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당연히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에 중국 시장에 진출해서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되기도 했지만, 여러 이유 등으로 지금은 거의 판매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한편 이제는 연간 3,200만대가 팔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된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을 위해 현지 맞춤형 차량 개발은 당연한 방법일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일렉시오’에서 보이는 특징은 차체 외부보다는 실내에서 더 잘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4k 해상도를 가진 27인치 크기의 통합 디스플레이는 특히 운전석보다는 조수석 방향으로의 비중을 높여 배치한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탑재해서 인포테인먼트의 반을 속도도 높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모든 차량의 실내 디스플레이 패널은 운전자보다는 동승석 승객을 위한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운전자에게도 디스플레이 패널이 필요하겠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더 도움이 되므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긴 디스플레이 패널을 운전 중에 볼 일이 적을 지도 모릅니다.
한편 뒷좌석 거주성 역시 중국 시장에서는 중요합니다. 독일의 주요 세단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되면서 뒷좌석 거주성을 위해 휠베이스를 늘린 모델을 개발해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가족문화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역시 당연히 뒷좌석 거주성의 중요도가 높았고, 이런 특징은 이제 한국산 승용차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쏘나타 같은 국산 중형 승용차들은 동급의 서구 중형 승용차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지만, 요즘 국내에서 쓰이는 중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된 쏘나타 택시 차량은 휠베이스를 35mm더 늘려서 2,875mm로 만드는 등 중국의 특기(?)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신형 일렉시오 역시 뒷좌석의 거주성이 확보된 모습입니다. 이러한 뒷좌석 공간 중심의 거주성 확보의 개념 차이는 서구에서 앞 좌석 중심의 실내 구성과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중앙 콘솔을 비롯한 실내 곳곳에 29개의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물론 앞좌석에서의 중앙 콘솔을 높게 설정하는 등의 설계는 최근의 전기동력 차량의 특징을 활용한 구조일 것입니다.
그런데 ‘일렉시오’의 차체 패널 분할선에서는 금형 기술 적용의 완성도에서 궁금증이 들게 하는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른바 ‘세계의 공장’ 이라고까지 불리는 중국은 이제는 제조업에서 높은 수준의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에서 제작된 금형과 차체의 품질은 결코 낮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일렉시오의 차체는 궁금해지기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최종 양산 차량이 아닌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사진 자료를 촬영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아무래도 프로토타입의 품질은 양산 차량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동차 메이커에서 만드는 모든 프로토타입은 시판용은 아닙니다. 대개는 안전성이나 성능 시험 등에 쓰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해 내놓은 중국 시장 전용 전기동력 SUV 모델 ‘일렉시오’의 차체 외부 디자인에서 보여주는 특징은 사실 명확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반면에 ‘일렉시오’의 실내 공간에서의 특징은 오히려 차체 외부 디자인보다 더 명확한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모빌리티 기술 방향이 차체 외부의 디자인 변화보다는 실내 공간에서의 경험과 사용성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일렉시오’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사용성에서의 차별성이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 회복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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