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뉴 스포스터 S. 미국 모터사이클의 상징 할리데이비슨의 딜러점들이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리데이비슨 제공)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모터사이클의 상징,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이 최근 문을 닫는 딜러십이 늘고 있다. 매장 폐쇄가 확산하면서 브랜드 존립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110년간 운영된 매장을 비롯해 뉴욕, 플로리다 등 주요 시장뿐 아니라 지방 딜러까지 폐업하거나 통합되고 있으며 일부는 폐업 전 재고를 75%까지 할인해 처분했다. 단순한 매장 감소가 아니라 브랜드 커뮤니티 기반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원인은 팬데믹 이후 수요 붕괴와 공급 불균형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시기엔 레저 수요가 급증해 신차가 정가에 팔렸고 딜러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후 금리 급등과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판매량이 급락했고 제조사는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공급을 늘리면서 재고 부담이 딜러에게 집중됐다.
특히 재고 금융이자(Floor Plan Interest)가 급등하면서 판매 전부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본사가 추진한 플래그십 매장 정책까지 겹치며 기존 소형 딜러는 시설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일부 딜러는 리모델링 비용이 700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조정 후에도 약 4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지자 매장을 폐쇄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판매다. 의류·액세서리를 40~60% 할인, 무료 배송으로 판매하자 매장 방문 고객이 줄고 현장 중심의 구매 문화도 사라졌다. 단기적으로는 본사 수익에 기여했지만 딜러 가치와 커뮤니티가 약화하면서 매장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고객 기반 변화 대응 실패도 위기를 심화시켰다. 할리데이비슨은 여전히 고가의 대형 크루저 중심이지만 젊은 소비자들은 경량·합리적 모델과 실용성을 선호하고 있다. 로열 엔필드(Royal Enfield), CFMoto 등이 저가·레트로 기반 모델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과거처럼 ‘강렬한 이미지’만으로 선택되던 시기는 지나가면서 할리 데이비슨의 실제 출고량은 최근 10년간 45% 감소했고 2006년 대비 판매량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2025년 3분기 순익은 3억 7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 사업 매각 등에 따른 일시적 순익 증가로 주력인 모터사이클 판매는 북미 기준 -5%, 글로벌 -6% 감소했다. 수익은 늘었지만 본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딜러망은 대형화와 통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중소 규모 딜러 폐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신임 CEO 체제 변화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기반이 무너진 상태”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할리 데이비슨의 딜러십 폐쇄는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과거 공식에 머무른 결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시대 변화에 맞춘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일시적 침체가 아닌 장기적 쇠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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