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세계 최대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에 진입했지만, 그 첫 성적표가 놀라울 정도로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테슬라가 세계 최대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에 진입했지만, 그 첫 성적표가 놀라울 정도로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인도에 첫 전시장을 열고 본격 영업을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약 100대 수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인도 시장은 그동안 강한 보호무역 정책으로 해외 전기차 업체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올해 3월, 전기차 수입 관세 면제를 계기로 완전히 뒤집혔다. 마힌드라·타타 같은 로컬 강자 외에도 중국, 독일, 한국, 미국 브랜드가 처음으로 대등한 조건에서 인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테슬라는 뭄바이에 첫 매장을 열었고, 최근 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대형 쇼룸을 추가로 확보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출처: 테슬라)
그리고 테슬라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뭄바이에 첫 매장을 열었고, 최근 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대형 쇼룸을 추가로 확보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 흐름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BBC가 인용한 현지 딜러십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7월 이후 100대 조금 넘는 수준의 차량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약 20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된 인도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며, 심지어 메르세데스·BMW·아우디 등 독일 럭셔리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량 4000여 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테슬라의 이 같은 판매 부진에는 명확한 현실적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가격으로 미국에서 4만 달러대에 시작하는 모델 Y는 인도에서 598만 루피, 한화 약 9800만 원에 판매된다.
테슬라의 인도 시장 판매 부진에는 가장 먼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판매 가격이 지목됐다(출처: 테슬라)
그리고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럭셔리로 분류되는 차량 판매 비중은 전체의 약 1%에 불과해, 가격 자체가 이미 시장 대다수 소비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충전 인프라 역시 걸림돌이다. 테슬라는 현재 인도 전역에 슈퍼차저를 단 한 곳만 운영하고 있으며, 두 곳이 예정으로 표기돼 있을 뿐이다. 인도 내 수천 개의 공용 충전시설이 존재한다지만, 전기차 보급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려는 테슬라에게 이 정도 인프라는 충분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내부적 혼란도 초기 부진을 키웠다. 인도 사업 총괄 책임자가 매장 오픈 직전 회사를 떠났고, 이 외에도 최근 몇 년간 잦은 고위직 인사가 계속되며 테슬라 인도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좋지 못한 초반 성적과 다르게 인도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출처: 테슬라)
한편 테슬라의 좋지 못한 초반 성적과 다르게 인도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전기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57% 증가했고, 특히 중국 브랜드는 이미 약 6만 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도 소비자가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의 약 100대 판매 실적은 단순히 처음이라서 낮다는 말로 설명되기 어렵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상징성과 브랜드 파워가 가장 높은 테슬라조차 인도 시장에서는 일반 전기차 브랜드들과 동일한 경쟁 환경에서 싸워야 하며, 가격·인프라·현지화 전략 모두 새롭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한편 글로벌 판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테슬라는 인도에서의 저조한 출발이 또 하나의 경고 메시지로 전달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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