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IT 전시회 IFA가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혁신 교류 허브’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IFA 매니지먼트(IFA Management GmbH)의 라이프 린드너(Leif Lindner) CEO는 12월 2일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IFA는 단순한 또 하나의 테크 쇼가 아니라, 동과 서, 기업과 소비자, 오늘과 내일을 잇는 다리”라며 “그 중심에 한국과의 협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린드너 CEO는 IFA를 총괄한 지 2년 반이 된 인물로, 삼성전자 독일법인 소비자 생활가전 부문 부사장으로 15년, 그 이전에는 소니에서 5년을 근무한 글로벌 가전·IT 업계 베테랑이다. 그는 “삼성 재직 시절부터 30차례 이상 한국을 찾았다”며 “한국 시장과 문화에 상당히 익숙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IFA 매니지먼트(IFA Management GmbH) 라이프 린드너(Leif Lindner) CEO
그는 이번 브리핑에서 2024년 IFA의 성과와 주요 지표를 공유한 뒤, 왜 IFA에 참여해야 하는지, ‘이노베이션 포 올(Innovation for All)’로 재정의된 IFA의 향후 포커스, 그리고 왜 2026년 IFA를 놓쳐서는 안 되는지를 핵심 메시지로 제시했다.
IFA, ‘Innovation for All’로 리브랜딩…“무한 스크롤 시대에 다시 증명된 현장 경험의 힘”
IFA는 2024년 100주년을 맞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면 재편했다. 기존 ‘국제가전박람회’ 이미지를 넘어, ‘Innovation for All(모두를 위한 혁신)’의 약자로 재정의하며, 2025년 행사의 모토를 ‘이매진 더 퓨처(Imagine the Future)’로 내세웠다. 린드너 CEO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늘어놓는 또 하나의 테크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화와 혁신, 비즈니스가 한 공간에서 만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장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을 “무한 스크롤의 시대”라고 규정하며, IFA가 실제 경험의 가치를 다시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전시 현장에서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테스트하고, 사람을 만나고 토론하는 경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이다. IFA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영감(inspiration), 호기심(curiosity), 신뢰(trust), 커뮤니티(community) 네 가지다. 린드너 CEO는 “2024~2025년은 새로운 IFA를 위한 일종의 개념 검증(PoC) 단계였다”며 “이제 IFA는 기술 리더십과 혁신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다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베를린과 2034년까지 장기 계약…“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와의 동맹”
행사 도시 베를린의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베를린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고 창의적인 도시 중 하나”라며 “우리는 베를린 시와 2034년까지 개최 계약을 맺고, 도시의 문화와 창의성을 IFA에 적극적으로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IFA에는 22만 명이 넘는 참관객이 18만㎡ 규모 전시장을 채웠다. 전시 기업은 1,900여 개,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미디어·콘텐츠 인플루언서는 4,400여 명에 이르렀고, 미디어 도달(contact) 수는 310억 건을 돌파했다. 린드너 CEO는 “100주년이었던 작년보다도 전통 미디어 등록 수가 더 늘었다는 점은 IFA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2025년 IFA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IFA 매니지먼트(IFA Management GmbH) 라이프 린드너(Leif Lindner) CEO
“IFA의 진짜 힘은 리테일”…100여 개국 유통사 모이는 리더스 서밋
그는 특히 글로벌 리테일 파트너 네트워크를 IFA만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전 세계 10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주요 유통사들이 IFA를 찾으며, 이를 위해 IFA는 메인 전시 개막에 앞서 초청 기반의 ‘IFA 리테일 리더스 서밋(Retail Leaders Summit)’을 별도로 운영했다.
이 서밋에는 중국의 제이디닷컴(JD.com), 인도와 호주의 주요 리테일 리더, 글로벌 리테일 전문가들이 참여해 업계 현안을 논의했다. AMD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사로 나선 점도 서밋의 위상을 보여준다. 린드너 CEO는 “리테일 파트너들의 92%가 최고경영진, 즉 실제 의사결정권자 자격으로 서밋에 참여했다”며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IFA가 ‘전 세계 리테일 바이어가 한 번에 만나는 자리’라는 점 때문에 매우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지털 헬스, AI·스마트홈 급부상…한국 스타트업·공공기관 대거 참여
IFA는 전시 기획에서도 영역별 전략을 재정비했다. 린드너 CEO는 “우리는 단순히 ‘자리를 빌려주는’ 전시가 아니라, 세심하게 큐레이션된 쇼를 지향한다”며 “브랜드와 제품 배치, 참관객 동선, 방문 경험까지 모두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는 콘텐츠 크리에이션 영역이다. 1,0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가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IFA 현장을 찾았고, 틱톡(TikTok)은 전시장 내에서 5일 연속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두 번째 성장 축은 디지털 헬스와 뷰티 테크로, IFA는 이 영역을 “가장 급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규정하고 집중 조명했다. 스마트홈과 인공지능(AI) 역시 당연히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 전시 구역인 ‘IFA 넥스트(IFA Next)’도 눈에 띈다. 올해에는 28개국에서 약 30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5개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해 기술력과 혁신 사례를 선보였다. 린드너 CEO는 한국관을 언급하며 LG, 삼성, 바디프랜드, 앳홈, 쿠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중견기업·기관들이 대거 IFA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인디 게임, 모빌리티, 뷰티 허브, 가드닝·쿠킹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도 확대됐다. 하드웨어 중심 전시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과 서비스, 콘텐츠까지 이어지는 라이프스타일 혁신이 IFA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OEM·ODM 플랫폼 ‘IFA 글로벌 마케츠’ 재도입
OEM·ODM 비즈니스에 특화된 플랫폼 ‘IFA 글로벌 마케츠(Global Markets)’도 전략적으로 재편됐다. 가존에는 메세 베를린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별도 장소에서 열렸지만, IFA는 이를 다시 메인 전시장 내 특별관으로 끌어왔다. 린드너 CEO는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B2B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를 겨냥한 행사이기 때문에 더욱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글로벌 마케츠를 훨씬 더 전면에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IFA 매니지먼트(IFA Management GmbH) 라이프 린드너(Leif Lindner) CEO
소머가르텐에서 1만 명 콘서트 매진…“내년 목표는 K-팝”
IFA는 전시와 더불어 ‘엔터테인먼트 강화’를 새 전략 축으로 삼았다. 전시장 중앙 야외 공간 ‘소머가르텐(Sommergarten)’은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으로, 올해에는 모든 공연 티켓이 매진됐다.
린드너 CEO는 “전시회 전반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젊은 세대와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에게 회자될 만한 요소가 필요했다”며 “엔터테인먼트는 IFA의 중요한 축”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내년 목표를 감히 말하자면 K-팝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라며 “베를린 시민으로서 K-팝이 이 도시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지 잘 알고 있고, 큰 공연장은 항상 매진된다. IFA도 그 열기를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인플루언서들을 소머가르텐에 초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들은 ‘다른 전시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구성’이라며 놀라워했다”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지는 엔터테인먼트는 적절한 관람객 구성과 행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FA 모먼트’와 공식 혁신상 신설…LG OLED T·삼성 프리미어 5 수상
100주년을 계기로 탄생한 ‘IFA 모먼트(IFA Moment)’는 IFA가 가진 독특한 순간과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IFA는 특별 랜딩 페이지를 만들고, 한국 대기업을 포함한 주요 참가사와 협업해 전시 3개월 전부터 행사 기간, 그리고 종료 이후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린드너 CEO는 “우리는 왜 IFA에 참석해야 하는지, IFA가 어떤 특별한 경험을 주는지를 ‘모먼트’라는 언어로 설명하고자 했다”며 “아티스트·커뮤니티·기술을 한자리에 모아 단순한 테크 쇼가 아닌 ‘문화 이벤트’로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IFA 이노베이션 어워드’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IFA에는 공식 시상식이 없었고, 일부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을 운영하는 정도였다. IFA는 13개 부문으로 구성된 공식 혁신상을 신설했고, 첫해부터 500건이 넘는 출품이 몰렸다. 최고상 격인 ‘베스트 IFA 어워드’는 LG전자 ‘LG 시그니처 올레드 T’에 돌아갔다. ‘베스트 테크 이노베이션’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어 5’가, ‘베스트 브랜드’ 상은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Miele)가 수상했다.
글로벌·한국 시장 전망…“신흥국이 성장 견인, 한국은 구독 모델이 게임 체인저”
IFA는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NIQ와 협력해 소비자 기술 시장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린드너 CEO는 “좋은 소식은 시장이 올해부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라면서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고, 주요 기업들도 어디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4.8% 성장률과 1년 넘는 대규모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은 2025년 4.1% 수준까지 내려가고, 2026년에는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소비자 심리는 개선되고 있지만, 생활비 부담 탓에 여전히 70% 이상 가구가 큰 지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컴퓨팅·IT 부문이 전년 대비 11% 성장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윈도우 10 지원 종료가 PC 교체 수요를 자극한 결과다. 주요 가전과 소비자 전자 제품은 전체적으로는 정체에 가깝지만, 일부 카테고리에서 성장세가 확인됐다. 소형가전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 성장의 상당 부분은 신흥국이 이끌었다. 반면 아시아 선진국의 성장률은 소폭에 그쳤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도 따로 제시됐다. 린드너 CEO는 “한국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구독형 모델의 급부상”이라며 “약 1년 반 전 LG가 본격적으로 도입한 이후 한국에서는 이미 중요한 비즈니스 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나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여전히 구독 모델이 크게 확산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라며 “한국에서는 기존에 고가 제품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구독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을 경험하고 업그레이드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상반기에는 한국 경제와 시장이 다소 위축됐지만, 최근에는 0.8~0.9% 성장세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도 삶을 분명히 편리하게 만들고 효용이 뚜렷한 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며 “IFA는 이런 소비자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과 글로벌 유통사, 해외 소비자 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IFA, 한국·스타트업·콘텐츠 세 축으로 확대
린드너 CEO는 마지막으로 2026년 IFA 계획을 소개하며 한국과 언론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2026년 IFA는 9월 4일부터 8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리며, 미디어데이는 9월 2~3일 양일간 진행된다.
IFA 매니지먼트(IFA Management GmbH) 라이프 린드너(Leif Lindner) CEO
IFA는 10개 전시장 전체를 활용해 컴퓨팅·게이밍, 콘텐츠 크리에이션, 피트니스·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IFA 넥스트(스타트업) 다섯 분야를 중점 성장 축으로 확대한다.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 공공기관의 참여 규모를 더욱 키우고, K-팝 공연을 포함한 K-컬처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모든 혁신 뒤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기술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서사가 중요하다”며 “여러분 같은 기자들이 그 순간을 포착하고 스토리로 전달할 때, IFA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혁신 플랫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IFA는 동과 서, 소비자와 기업, 오늘과 내일을 잇는 다리”라며 “미래를 상상하는 일, 그리고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이야기를 베를린에서 함께 써 내려가자”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IFA 베를린은 이제 한국과 손잡고 ‘모두를 위한 혁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026년 가을, 베를린에서 한국과 세계가 다시 한 번 어떤 혁신의 순간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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