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인들은 잠을 통 못 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만 13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는 2020년 100만 명 기준 4년 만에 약 26%가 급증한 수치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결국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ASMR이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ASMR은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백색소음’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가벼운 목소리나 소음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아, 긴장을 풀고 잠들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게임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ASMR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레벨 인피니트는 시프트업이 개발한 수집형 RPG ‘승리의 여신: 니케’의 공식 유튜브에서 별도의 ASMR 재생목록을 만들어줄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공개된 ASMR에는 바이퍼, D:킬러 와이프, 라피: 레드 후드, 헬름, 미하라: 본딩 체인, 일레그, 홍련 등 총 7명의 캐릭터가 참여했다.
그중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홍련테마의 ASMR ‘한철 붉게 피어나는 마음’은 지휘관(이용자)과 홍련이 지상 온천 여관을 찾는 설정으로, 자연 소리와 물소리, 잔잔한 대화가 조용히 이어진다. 술기운이 오른 홍련이 천천히 속마음을 털어놓는 흐름도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참고로 유튜브에 공개된 것은 무료지만, DL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료판도 존재한다. 유료판은 총 5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귀 청소, 무릎베개, 소나기, 귓속말, 모닥불 소리 등 다양한 테마로 트랙마다 분위기가 깔끔하게 나뉜다. 현재 해당 ASMR은 DL사이트 기준 보이스・ASMR・음악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DL사이트 독점 판매로 모르는 이용자들도 많지만, 넥슨의 블루아카이브는 무려 8탄이나 되는 ASMR 음원을 발매한 바 있다.
특히 지난 7월에 발매된 ASMR 8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지친 선생님을 살뜰히 간호하는 세리나와 같이 온천욕을 즐기며 힐링하는 시구레의 버전으로 구성돼 있어 추운 연말에 즐기기 딱 좋다.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 역시 독특한 시리즈를 내놓았다. DL사이트와 협업한 ‘꿈 속의 속삭임’은 새해 첫 꿈에서 히로인들과 결혼한 세계를 콘셉트로 한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바이노럴 사운드가 특징이며, 유스티아·세헤라자드·루 편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존재한다.
브라운더스트2 공식 유튜브에서는 무료로 ‘서큐버스의 위험한 매료술’ 라이브2D 체험 버전도 볼 수 있어 가볍게 맛보기로 듣기 좋다.
최근 화제를 모은 코에이테크모의 ‘라이자의 아틀리에’ 공식 ASMR도 있다. 이름하여 ‘치유의 휴식과 내일의 약속’은 출시 5일 만에 1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며, DL사이트 월간 판매 1위(11월 기준)를 차지한 작품이다.
‘치유의 휴식과 내일의 약속’은 ‘라이자의 아틀리에 3 ~종극의 연금술사와 비밀의 열쇠~’ 이후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성숙해진 라이잘린 슈타우트와 클라우디아 발렌츠가 비밀 아지트에서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총 7개의 트랙이 수록됐다. 숲 속 자연음, 목욕 물소리, 연금술 효과음 등 특유의 감성이 담긴 사운드가 고품질로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금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을 위한 ASMR을 선보인 곳도 있다. ‘앙상블 스타즈!’로 유명한 해피 엘리먼트 산하 그리모어는 자사의 게임도 아닌 무려 ‘게임사’를 소재로 ASMR을 선보였다.
만우절 기획이기는 하지만, 실제 개발실의 하루를 담아낸 키보드 소리, 회의실 음향, 에어컨 소음 등을 바이노럴 마이크로 정교하게 녹음해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용자들 역시 “합법적으로 회사에서 논땡이 부리는 기분이라 은근히 힐링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호평을 남긴 바 있다.
이처럼 캐릭터와 상황,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ASMR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한 편을 골라 틀어두고 잠시 쉬어 보는 건 어떨까.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냈을 모든 이용자가 숙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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