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르노와 협력해 유럽 현지 시장을 위한 전기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출처:포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포드와 르노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승용 전기차 2종을 공동 개발하고 상용차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르노의 전기차·소프트웨어 자회사 암페어(Ampere) 플랫폼을 활용해 포드 브랜드의 전기차를 2028년부터 순차 투입할 계획이며 동시에 유럽 상용차 분야 협업 가능성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포드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지리와 협력하고 있는 르노의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르노는 지난 2021년 지리와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중국과 한국 시장에서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지리는 르노코리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중국에서도 여러 부문에서 사업을 공유하고 있어 '오랑캐를 잡기 위해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중국 고사 이이제이((以夷制夷)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포드의 선택은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유예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포드와 기존 OEM들은 배출 규제가 소비자 수요와 괴리돼 있다고 지적하며 하이브리드 전환 기간의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판매 비중은 아직 16% 수준으로 2025년 CO₂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25%에 크게 못 미친다. 충전 인프라 부족, 주행거리 불안, 상대적으로 긴 충전 시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기차 판매 속도가 둔화된 것이 배경이다.
포드는 “플랫폼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과 시장 진입 속도 확보가 전기차 수익성 개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할 신형 EV는 프랑스 북부 암페어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포드는 디자인과 주행 감성 개발을 주도해 ‘포드다운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며 차량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전략의 축을 이루는 향후 ‘멀티 에너지’ 제품군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현지 규제 논의는 환경 목표와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저가 전기차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미국 역시 2031년까지 연비 기준을 완화하는 등 규제 수준을 조정하고 있다.
포드는 “정부가 일관된 구매 인센티브와 전국 단위 충전 인프라 투자 없이는 OEM의 대규모 EV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사는 승용차를 넘어 상용차 분야에서도 유럽 생산·공동개발 가능성을 포함한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포드는 상용차 CO₂ 규제가 중소사업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전기 밴 비중이 8%에 불과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는 유럽 경제에 사실상 세금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포드는 이미 유럽에서 인력을 감축하고 내연기관 중심 설비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드 지점의 배경에는 ‘비용 절감→상용차 중심 전환→전동화 품질 확보’라는 유럽 전략 전환이 자리한다.
포드 짐 팔리(Jim Farley) CEO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연말에 다시 조정하는 방식은 혼란만 키운다”며 “전기차로의 전환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드와 르노의 협력은 단순 플랫폼 공유를 넘어 ‘유럽 전기차 시장 전환 속도’를 둘러싼 OEM들의 현실적 계산이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중국, 미국과 달리 강한 규제를 적용해 온 유럽은 EV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제도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판매 물량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적 그리고 절박한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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