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활용한 투자와 자동 트레이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규제 공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알고리즘이 시장을 분석하고 매매를 실행하는 구조가 일반화됐지만,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논쟁거리다. 기술은 이미 실사용 단계에 들어섰지만, 이를 감당할 법적 틀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의사결정 주체의 불분명함이다. 자동 매매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거래를 실행하며, 학습된 패턴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전략을 설정했을 뿐 실제 매매 결정에는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손실 발생 시 모든 책임이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는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플랫폼과 알고리즘 제공자의 책임 회피도 쟁점이다. 많은 서비스가 ‘참고용 정보 제공’이나 ‘자동화 도구’라는 표현 뒤에 숨어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익률을 강조한 마케팅과 함께 매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사실상 투자 자문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규제는 받지 않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유사한 알고리즘이 동시에 반응할 경우, 특정 시점에 매수·매도가 쏠리며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개별 투자자의 손실을 넘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현재 규제는 전통적인 인간 중심 거래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AI 트레이딩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AI 기반 투자와 트레이딩을 둘러싼 책임 논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자동 매매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을 제공하고 설계한 주체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규제 틀이 요구되며, 이는 금융 시장이 AI 시대에 맞는 질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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