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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규어의 마지막 승부수, 1,000마력 전기 세단으로 브랜드 부활 노린다

    2025.12.22. 14:01:55
    읽음239


    90년 역사의 영국 명차 재규어가 생존을 건 모험에 나섰다. 기존 모델을 모두 단종하고 오직 프리미엄 전기차만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 전 세계가 전기차 회의론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선택은 대담한 비전인지, 아니면 무모한 도박인지 최근 재규어의 행보를 통해 알아본다.

    혼란 속에서 시작된 리부팅
    재규어는 최근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공개한 타입 00 콘셉트카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직선적이고 과격한 디자인은 마치 완성되지 않은 3D 렌더링처럼 보였고, 분홍색을 주조로 한 새로운 기업 이미지와 다양성을 강조한 광고는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6주간 운영을 마비시킨 사이버 공격까지 겪었고, 디자인 총괄이던 게리 맥거번마저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졌다. 회사는 해고를 부인하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보다 더 큰 의문은 따로 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미국 정부가 전기차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며, 유럽마저 내연기관 종료 계획을 후퇴시키는 지금, 재규어는 왜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의 전환을 고집하는가?



    재규어의 장기 전략,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재규어의 전략은 단기적 정치 상황이나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2030년대 중반을 내다보겠다는 것이다. 2027년 출시될 첫 전기차는 8년간 판매될 예정이므로 2035년까지의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때쯤이면 미국의 정치 환경, 전기차에 대한 인식, 충전 인프라 등 모든 것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과감한 비전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재규어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방향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되돌아가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 실패는 곧 재규어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2010년대 재규어는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세단, SUV, 스포츠카를 출시했지만 실패했다. 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전기 세단 XJ 프로젝트는 출시 직전 취소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그룹에서 실질적 수익은 랜드로버가 책임지는 상황. 백 년을 앞둔 재규어에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차별화로 승부하는 12만 달러 세단
    재규어의 첫 전기차 X900은 1천 마력의 출력과 640km 주행거리를 갖춘 4도어 그랜드 투어링 세단으로, 시작 가격은 약 12만 달러(약 1억 7천만 원)다. 대중 시장용이 아니라 극소수 고객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전략이다.

    재규어의 핵심 전략은 차별화다. 지금까지 출시된 많은 전기차는 획일적이었다. 실내 공간 극대화를 위해 캡 포워드 디자인을 채택하고, 높은 차체로 비슷한 비율을 가졌다. 효율적이지만 감성적 호소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재규어는 긴 보닛을 가진 스포티한 비율, 아름다운 외관, 다른 어떤 차와도 다른 인테리어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의 근거 역시 흥미롭다. 차량 구매 결정의 50~60%는 외관에서 온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차가 소유자에게 욕망과 애착을 불러일으키는지, 그리고 그들이 차에서 내렸을 때 같은 감정이 비춰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부 디자인과 안락함이 그 다음이고, 파워트레인은 고작 15% 정도만 영향을 미친다. 즉, 전기화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현재 150대의 프로토타입이 제작돼 극한 환경에서 테스트 중이다. 재규어는 내년 여름 예약을 시작하고 2027년 말 첫 인도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품질과 성능에 완전히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출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 약속을 뒤로 미루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시장을 만들겠다는 야심
    재규어의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시장을 기다리지 않고 시장을 만들겠다'는 태도다. 환경적, 정치적 변화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본질은 사람들에게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재규어를 만드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안을 금지해줘야만 성공하는 사업 모델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해서 선택하는 차를 만들겠다는 철학이다.

    이는 현재 자동차 업계의 주류 전략과는 정반대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고객 선택권'이라는 모호한 표현 뒤에 숨어 내연기관으로 회귀하는 상황에서, 재규어는 전기차 올인을 고수한다. 물론 이것이 순수한 비전인지,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재규어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자 이미지를 구축할 기회를 얻었다.



    성공 확률은?
    재규어는 확실히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그 반응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것인가다. 12만 달러짜리 전기 세단 시장이 과연 존재하는가? 포르쉐 타이칸, 루시드 에어, 메르세데스 EQS 같은 경쟁자들도 이미 고전하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재규어에게는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첫째, 볼륨이 목표가 아니다. 연간 수천 대만 팔아도 성공이다. 둘째, 브랜드 헤리티지가 있다. 90년 역사의 영국 럭셔리 브랜드라는 정체성은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흉내 낼 수 없다. 셋째, 차별화된 디자인을 약속한다. 획일적인 전기차 시장에서 이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리스크도 크다. 사이버 공격으로 6주간 운영이 마비될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 핵심 인재의 이탈, 논란만 일으킨 타입 00 콘셉트카의 디자인. 무엇보다 전기차 회의론이 팽배한 시대에 오직 전기차만으로 명품 브랜드를 재건하겠다는 전략 자체가 모험이다.

    90년 역사의 브랜드가 다음 100년을 향해 던진 이 주사위. 2027년이면 답을 알게 될 것이다. 재규어가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시장의 냉혹한 현실에 무릎 꿇을지.​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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