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얼마 전에 열린 2025저팬 모빌리티 쇼에서 공개한 렉서스 LS의 콘셉트 카는 렉서스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LS 세단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썼듯이 렉서스 브랜드에서 LS 세단의 의미는 단지 플래그십 모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렉서스 브랜드 성공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그런 LS 모델의 성격이 바뀐다는 건 정말로 큰 변화를 의미할 것입니다.
렉서스에 의하면 플래그십 모델 LS의 의미는 본래 럭셔리 세단(Luxury Sedan)의 머리글자였지만, 이제는 럭셔리 스페이스(Luxury Space)로 재정의됐다고 합니다. 그런 해설을 보면 이제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의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동차’와 ‘모빌리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이미 사화학이나 인문학 분야는 물론이고, 자동차 업계에서도 다양한 해석을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자동차는 이동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하드웨어 그 자체’를 의미하고, 모빌리티는 차량 자체보다는 ‘이동을 통한 경험과 관련한 유무형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모빌리티는 매우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와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새로운 렉서스 LS 콘셉트는 완성된 한 대의 자동차의 모습으로서 보다는, 이동 경험을 위한 공간 디자인에 집중한 걸로 보입니다.
먼저 외형을 살펴보면 운전석보다 앞 바퀴가 더 앞으로 배치된 1.3박스 구조로, 이런 구조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나온 ‘스타리아’나 ‘PV5’에서 볼 수 있는 형식입니다.
측면 뷰에서 또 눈에 띄는 부분이 앞 바퀴보다 작은 크기로 두 개가 병렬로 배치된 뒷바퀴입니다. 그래서 전체 바퀴 수는 여섯 개입니다. 여기에 측면 유리창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고, 또 그나마 일부는 차체 색을 마치 수평 블라인드처럼 줄무늬로 칠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전면에는 렉서스를 상징하는 스핀들 그릴 대신에 스핀들 그릴의 형태를 암시하는 그래픽으로 조명을 켜 놓았습니다. 그럼 이건 스핀들 그릴이 아니라 아마도 스핀들 라이트라고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실내에서는 최근의 디지털 기술을 반영한 디스플레이 패널이 설치된 운전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석 디스플레이 패널이 앞뒤로 두 장이 배치돼 있습니다. 앞쪽의 것은 곡면 패널이고, 약간 뒤에 있는 것도 곡면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 두 장의 패널은 아마도 운전자의 시야에서 보면 겹쳐 보이지 않는 각도로 배치된 것 같습니다. 즉, 겹쳐 보이지 않으면서 운전자 시야 기준으로 초점 거리의 차이로 시각적 깊이감을 만들어 내는 구조 같기도 합니다.
1989년에 처음 발표됐던 1새대 LS 세단이 반사에 의해 깊이감을 느끼게 하는 3차원 수퍼 비전 클러스터를 달아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방법을 오늘날에 와서 또 다른 방법으로 재현을 시도한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클러스터 기술은 전체의 차량에서 본다면 물론 지엽적인 것이지만, 이와 같은 세세한 요소들이 사람들을 감각적으로 설득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는 게 일본의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특징입니다.
차량 공간으로 본다면 렉서스의 LS 콘셉트는 3열 좌석으로 구성된 6인승 배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1열 좌석은 독립된 개별 좌석이지만, 2열 좌석은 벤치 형태로 만들어져 180도 회전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리고 3열 좌석의 뒤에는 화물을 싣기 위한 공간도 만들어져 있는 전형적인 미니밴 구조입니다.
물론 측면에 슬라이딩 도어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미니밴의 형식 그대로입니다. 미래에는 럭셔리 세단이 이런 구조로 공간 중심의 미니밴 형식의 모빌리티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렉서스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세단(sedan) 이라는 명칭은 프랑스의 스당(sedan)이라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안락한 마차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17~18세기에 유럽에서는 ‘세단 체어(sedan chair)’라고 하는,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 가마의 형태처럼 생긴 인력으로 운송하는 밀폐형 의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프랑스 어원의 ‘세단’ 대신 ‘살룬(saloon)’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합니다. 세단의 또 다른 유래는 라틴어의 ‘앉다’ 라는 의미의 ‘seder’ 라는 주장도 있으며, 이태리어의 ‘의자’라는 단어 ‘sedia’에서 왔다는 해설도 있듯이 모두 의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1989년에 나온 1세대 렉서스 LS 세단은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luxury business sedan)과 럭셔리 패밀리 세단(luxury family sedan)의 중간 정도로 포지셔닝 된 콘셉트였습니다.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은 고위 경영자들의 이동 수단이므로 뒷좌석은 대부분 독립돼 분리된 1인석이 두 개 있지만, 럭셔리 패밀리 세단은 가족이 모두 탈 수 있는 넉넉한 3인석이어야 쓸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개의 중형 이상의 세단은 뒷좌석 중앙에 접을 수 있는 팔걸이를 달아서 필요에 따라 2인석이나 3인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렉서스 LS 콘셉트의 2열, 3열의 좌석은 사실 가족들이 넉넉하게 앉기에는 비좁은 2인용 벤치 좌석이고, 또 중역들이 각각 편히 앉기에도 상당히 빈약해 보입니다. 럭셔리 공간의 콘셉트라고 하면서 저런 비좁은 벤치를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또 하나,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이든 럭셔리 패밀리 세단이든 간에 차체 디자인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영자의 책임과 권한이 상징적으로 투사된 도구가 됐든, 또는 가족들을 책임지는 가장의 가치관을 보여주든 간에 럭셔리 세단의 차체 디자인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개념을 형이상학(形而上學, meta-physics) 이라고도 합니다. 물리적인 형태 너머에 있는 추상적인 것을 말합니다. 1세대 렉서스 LS 세단은 형이상학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괜찮은 디자인이었기에 비즈니스나 패밀리 세단 시장 모두에서 높은 호응을 얻은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한편, 우리들이 간혹 만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디자인의 차들은 대부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변칙적 결과로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고급스러운 공간의 모빌리티에 좁은 벤치를 달아 놓은 것, 그리고 형이상학적 고민이 사라진 듯한 차체 디자인은 혹시 그런 결과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됩니다.
미래에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면, 모빌리티는 정말로 단지 이동하는 상자형 공간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렉서스 LS 콘셉트가 그런 해석을 보여준 걸까요? 만약 정말 그렇다면, 럭셔리 세단의 차체 디자인과 공간형 미니밴 모빌리티 차체 디자인의 형이상학적 가치가 과연 서로 바뀔 수 있는 건지를 디자이너들은 더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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