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주장을 사업 모델로 받아들인 네덜란드의 테슬라 전용 렌터카 업체 미스터그린이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출처: 미스터그린)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2019년,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두고 "감가상각이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이 곧 현실화되고, 차량이 로보택시로 전환되면 자동차는 더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소비재가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테슬라 '모델 3' 한 대의 가치가 장차 10만~2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이 발언을 사업 모델로 받아들인 기업이 있었다. 네덜란드의 테슬라 전용 렌터카 및 리스 업체 '미스터그린(Mistergreen)'이다. 미스터그린은 ‘테슬라 온리(Tesla only)’ 전략을 앞세워 수천 대의 테슬라 차량을 확보했고, 장차 이 차량들이 자율주행 로보택시로 전환되며 감가상각을 상쇄하고 추가 수익까지 창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베팅했다.
그러나 2025년 말, 이 가정은 현실 앞에 무너졌다. 유럽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스터그린은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갔으며, 채권자 손실을 감수한 채 보유 차량과 사업을 매각하고 있다.
한때 4000대가 넘는 테슬라 차량을 운용했던 해당 업체는 이제 급격한 자산 가치 하락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4000대가 넘는 테슬라 차량을 보유했던 미스터그린의 파산 원인은 테슬라의 공격적 신차 가격 인하가 꼽혔다(출처: 미스터그린)
결정적인 원인은 테슬라의 공격적인 신차 가격 인하다. 지난 2년간 테슬라는 수요 방어를 위해 반복적으로 신차 가격을 낮췄고, 이는 중고차 시장에서 테슬라 가격을 빠르게 끌어내렸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변화였지만, 높은 잔존가치를 전제로 대규모 차량을 금융 레버리지로 보유한 리스·렌터카 업체에는 치명타였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전제가 무너졌다. 테슬라가 약속해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구현되는 무감독 자율주행’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
현재 테슬라의 FSD는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 시험 운용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레벨4 수준의 상용 무인 로보택시와는 명확한 거리가 있다. 머스크가 수년 전부터 반복해온 ‘연내 100만 대 로보택시’ 약속은 2025년 현재까지도 현실이 되지 않았다.
미스터그린은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충전 인프라, 그리고 자율주행 예상 시나리오를 근거로 “향후 더 높은 잔존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테슬라 차량의 감가상각 속도는 업계 평균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미스터그린은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향후 더 높은 잔존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으나 실제 시장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테슬라 차량의 감가상각 속도는 업계 평균보다 빠르게 나타났다(출처: 미스터그린 홈페이지)
결국 문제의 본질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시점’에 있었다. 자율주행 기술은 분명 진화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기간 내 대량의 기존 소비자 차량을 수익형 로보택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의 재무 구조에 그대로 반영한 결과가 바로 미스터그린의 사례다.
테슬라 한 대를 구매한 개인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는 아쉬움일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대를 빚 내어 매입한 기업에게 이는 존립을 위협하는 변수다. 2022년 5만 달러에 구입한 테슬라가 오늘 10만 달러의 자산이 되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에 그치겠지만, 동일한 기대를 수천 대 규모로 실행에 옮겼다면 그 결과는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스터그린의 몰락은 단일 기업의 실패를 넘어,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과도한 기대와 금융적 확신이 어떤 위험을 내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가 ‘자산’이 되는 시대는 올 수 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아직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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