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단연 배터리다. 그런데 배터리 기술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가격과 주행거리, 성능 사이에서 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내연기관차에 자연흡기 4기통부터 터보 V8까지 여러 엔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배터리는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지금은 어떤 기술을 쓰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혁신이 나올까? 하나씩 살펴보자.

납축전지 (Lead Acid)
납축전지는 가장 오래된 충전식 배터리다. 가격이 싸고 믿을 만하며 재활용도 쉽다. 지금 여러분 차에 들어있는 12볼트 보조 배터리가 바로 이것. 문제는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 전기차의 주 동력원으로는 맞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 GM의 1세대 EV1이 납축전지를 썼지만, 얼마 안 가 다른 기술로 바꿨다.

니켈 수소 (NiMH)
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오기 전까지 많이 쓰였던 배터리다. 내구성이 좋고 더위나 추위에도 비교적 잘 버틴다. 토요타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차량에 아직도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납축전지처럼 무게와 에너지 밀도 문제가 있어서, 요즘엔 리튬이온 배터리로 점점 바뀌는 추세다.

리튬 망간 산화물 (LMO)
망간을 쓴 배터리다. 가격이 저렴하고 열에 강하며 충전도 빠르다. 초기 닛산 리프와 쉐보레 볼트가 이걸 사용했다. 단점은 배터리가 빨리 늙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것. 그래서 장거리 전기차에는 더이상 안 쓴다.

니켈 망간 코발트 (NMC)
중국 빼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공급망도 잘 갖춰져 있다. 현대, 기아, BMW, 폭스바겐, 토요타 같은 회사들이 장거리 전기차에 주로 쓴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고, 추운 날씨에서 성능이 떨어지며, 열 안정성도 다른 배터리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NCA)
비싼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넣어서 안정성을 높이고 배터리 수명도 늘렸다. 테슬라가 파나소닉 NCA 배터리를 오래 써왔고, GM 트럭과 SUV는 여기에 망간까지 추가한 NCMA를 주로 쓴다.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역시 싸고 냉각 시스템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리튬 인산철 (LFP)
전 세계 대중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다. 비싸고 환경 문제가 있는 니켈, 망간, 코발트 대신 철과 인산염을 쓴다. 덕분에 가격이 싸고 안전하며 오래 간다. 에너지 밀도는 좀 낮지만, 각형 셀이나 셀-투-팩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에서 아주 흔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저가형 모델에 점점 많이 들어가고 있다.

리튬 망간 인산철 (LMFP)
LFP에 망간을 넣어서 성능과 주행거리를 높였다. 중국 고션(Gotion)은 자사 LMFP 배터리가 고온에서 1,800번 넘게 충전해도 괜찮고 1,000km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CATL의 "M3P" 배터리도 여기 속하는데, 테슬라와 함께 만들고 있다.

리튬 망간 리치 (LMR)
서구권이 만든 LMFP 버전이다. 북미와 유럽은 중국처럼 LFP 공급망이 탄탄하지 않다. 그래서 비용을 줄이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망간에 주목했다.
LMR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를 줄이고 흔한 망간을 많이 넣었다. 그 결과 NMC만큼 멀리 가면서도 LFP 수준으로 저렴하다. GM과 포드가 개발 중인데, GM은 2028년까지 대형 SUV와 트럭에 넣어서 640km 이상 달리게 만들 계획이다.

실리콘 음극재/합성 흑연
지금까지는 흑연을 음극재로 썼다. 이걸 에너지 밀도가 높고 부피가 작은 소재로 바꾸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배터리 회사들은 합성 흑연이나 실리콘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의 Group14 Technologies와 Sionic Energy는 주행거리는 그대로인데 배터리 크기는 줄일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실리콘 음극재는 중국 스마트폰에 벌써 많이 들어가 있다. 가격만 맞으면 전기차에도 곧 쓰일 것이다.

리튬 메탈
음극재를 바꾸는 또 다른 방법이다. 흑연 대신 아예 얇은 리튬 금속판을 음극재로 쓴다. 가볍고 전기도 많이 담을 수 있다. 문제는 덴드라이트라는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게 생겨서 배터리를 망가뜨린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최고의 음극재지만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Factorial Energy와 QuantumScape 같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다.

나트륨 이온
중국에서 저가형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용으로 떠오르는 배터리다. 리튬 대신 나트륨을 쓴다. 나트륨은 지구에 리튬보다 1,000배나 많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 그래서 전동 스쿠터나 작은 전기차처럼 짧게 다니는 용도에 맞다. CATL은 벌써 트럭용 저전압 배터리랑 전기차용 고전압 팩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극한의 추위에서도 성능이 좋다고 한다.

전고체 배터리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기술이다. 세라믹, 폴리머, 황화물 같은 걸 쓴다. 고체 전해질을 쓰면 주행거리가 늘고 충전이 빠르며 오래가고 극한 날씨에도 잘 버틴다고 한다. 문제는 결함 없이 싸게 대량생산하는 게 어렵다는 것. 그래서 젤 형태 전해질을 쓰는 반고체 배터리가 완전 고체보다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고의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 내구성과 수명을 얻으려면 배터리를 어떻게 포장하느냐도 중요하다.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같은 셀 모양도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또 이 셀들을 모듈로 묶어서 팩에 넣을지, 아니면 팩이나 차체에 바로 붙일지도 전기차 설계와 효율에 중요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가격과 성능, 안전성과 주행거리 사이의 완벽한 균형점을 찾는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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