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급변과 전동화 전환의 파고 속에서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부터 전기차 캐즘 극복 노력, 중국 업체의 본격 진출까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 한 해였다. 2025년을 관통한 주요 이슈 10가지를 정리했다.
1. 트럼프 자동차 관세 쇼크, 25%→15%로 마무리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과 함께 한국 자동차 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6일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한미 FTA로 누려온 무관세 혜택이 종료됐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만큼, 업계는 긴장했다.
그러나 10월 29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며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받는 데 성공했다.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월 1일부터 15% 관세가 소급 적용되며 업계는 안도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가격을 동결하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했다.
2. 전기차 '캐즘' 극복 위한 보조금 개편
2025년은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을 경험한 해였다. 환경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1월 2일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성능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조금 체계를 재설계했다.
주요 변경 사항은 1회 충전 주행거리 기준 상향(중대형 400km→440km), 배터리 안전 계수 신설, 차량 가격 기준 완화(5,500만원→5,300만원) 등이다. 특히 주행거리 440km 미만 차량에 대한 보조금 감액폭을 확대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를 우대했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 지원도 강화했다. 2자녀 100만원, 3자녀 200만원, 4자녀 이상 300만원을 추가 지원하며 실수요자 중심의 보급 정책으로 전환했다.
4월에는 제조사가 할인하는 만큼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매칭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며,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 트럼프 관세 충격을 받은 업계를 지원하는 한편, 소비자 부담을 낮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 BYD, 한국 시장 정식 진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2025년 1월 16일 한국 승용차 시장에 정식 진출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2016년 전기버스 등 상용차로 먼저 진입한 BYD는 10년간의 준비 끝에 승용 전기차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냈다.
BYD는 소형 SUV '아토3',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 3종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제일기획과 협업해 지상파, 종편, 케이블 가리지 않고 광고를 집행했고, 중국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한글 초성 'ㅂㅇㄷ'를 활용한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다.
11월까지 약 4,000대를 판매하며 연말 5,000대 돌파가 예상됐다. 특히 씨라이언7은 11월 한 달간 680대가 등록되며 수입차 모델 7위에 오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차도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한 해였다.
4. 하이브리드 '대세화', SUV와의 결합
2025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최대 트렌드는 하이브리드의 완전한 대세화였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유류비 부담 사이에서 하이브리드는 '현실적 최적 해법'으로 자리 잡았다. 쏘렌토,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중대형 SUV의 하이브리드 선택 비중은 60~70%를 넘어섰다.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하이브리드(PHEV 포함) 증가율은 19.2%를 기록하며 전체 친환경차 판매의 76.8%, 자동차 판매의 34.7%를 차지했다. 전기차 캐즘과 내연기관 유류비 부담이 맞물리며 하이브리드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수출에서도 하이브리드는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대비 20.8% 증가한 363만대를 기록하며 전기차에 버금가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전동화의 방향은 유지하되, 속도와 방식은 현실화된 해"라는 평가가 나왔다.
5. 수입차 점유율 20% 시대 진입
2025년 수입차 시장은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시장 점유율이 약 20%에 육박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테슬라 모델 Y가 단일 모델 기준 수입차 1위를 차지했고, BMW와 벤츠의 하이브리드 세단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했다.
특히 1억 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3분기까지 2만 6,910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3040' 세대 영리치(Young rich) 소비층의 확대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가격 민감도가 낮고 브랜드 정체성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였다.
수입차는 더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 선택지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BYD 등 중국 브랜드의 진입과 테슬라의 지속적 강세, 유럽 브랜드의 전동화 라인업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 다변화가 가속화됐다.
6. 현대·기아, 수익성 악화 속 생산 전략 재편
관세 부과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 가격을 동결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현대차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9.4%에서 7.5%로 1.9%포인트 하락했다. 기아 역시 매출은 6.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4.1%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13.2%에서 9.4%로 3.8%포인트 떨어졌다.
관세로 인한 대미 자동차 수출 평균 가격은 2만 2,200달러로 전년 대비 10% 하락했다.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반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210.7만대를 기록했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등 해외 공장 가동 확대로 국내 생산이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졌다.
7. 럭셔리 카 시장 호황 vs 대중차 조정
2025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명확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대중차 시장이 소비 심리 위축과 전동화 전환 부담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선 반면, 럭셔리 카 시장은 존재감을 키웠다.
3분기까지 1억 5,000만원 이상 수입차는 2만 6,910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고급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기술, 라이프스타일, 개인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브랜드들은 차량 판매 이후의 경험에 집중하며 오너 전용 프로그램, 트랙 데이, 투어 이벤트, 커뮤니티 활동을 강화했다.
반면 대중차 시장은 고금리, 소비 위축, 전기차 캐즘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부진했다. 상반기 내수는 금리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판매가 둔화됐고, 하반기 들어서야 신차 효과와 친환경차 수요 회복으로 완만한 반등세를 보였다.
8. 자동차주 '산타 랠리', 연말 급등세
12월 들어 자동차 업종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산타 랠리'를 주도했다. KRX 자동차 지수는 12월 1일 2,294.57에서 19일 2,515.84로 9.64% 상승하며 단일 업종별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5만 4,500원에서 28만 8,500원으로 13.36% 급등했고, 기아도 7.75% 상승했다. 미국 관세 이슈로 주가가 한동안 보합세를 보였지만,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불확실성 완화로 상승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자동차 업종이 연말 들어 재조명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관세 리스크, 수익성 악화 등 악재 속에서도 견뎌낸 결과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2026년에도 전동화 전환과 해외 생산 확대를 통해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9. 완성차 노사 갈등, 7년 만에 파업으로 비화
2025년 완성차 업계는 역대급 노사 갈등을 겪었다. 현대차 노조는 9월 3일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오전·오후 근무조가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하며 2019년 이후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막을 내렸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주 4.5일제 도입, 정년 64세 연장 등을 요구했다. 3차례의 부분 파업 끝에 9월 9일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 내용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50%에 1,580만원 일시금, 주식 30주 지급 등이었다.
기아 노조는 더 강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30%에 해당하는 3조 8,0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현대차의 약 2배 수준을 주장했다. 12차례 협상을 거쳐 9월 19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지만, 결국 9월 25일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의 합의안을 도출하며 5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갔다.
논란이 된 것은 노조의 '경영 간섭' 요구였다. 신사업 추진이나 해외 공장 증설 전 노조에 사전 통지를 요구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현실화한 첫 사례로 평가받았다. 미국 관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높은 성과급 요구와 경영 간섭은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10. 전기차 화재 안전 논란, 배터리 공개 의무화
2025년 전기차 화재가 계속되며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7월 충남 천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정차 중이던 현대차 아이오닉5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5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고, SK온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언론 보도 태도의 차이였다. 2024년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때는 '중국산 배터리'를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국산 전기차 화재에는 제조사나 배터리사 정보를 잘 언급하지 않아 편향적 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2018~2024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39건 중 89%인 126건이 한국산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64건, SK온 53건, 삼성SDI 9건)에서 발생했다. 중국산은 7건, 일본 파나소닉은 6건에 불과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120건의 전기차 화재가 신고되며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이중 45%가 충전 중 발생했다.
정부는 5월 1일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전기차 화재 피해자에 대한 신속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4월부터는 배터리 위험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소방당국에 자동 신고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도 확대해 2025년 7.1만기를 설치하며 화재 예방을 강화했다.
2025년 한국 자동차 산업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동화 전환 가속, 중국 업체의 부상이라는 삼중 도전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한 한 해였다. 노사 갈등과 테슬라의 약진은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2026년은 이러한 변화가 더욱 구체화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기술 경쟁에 정치·통상 변수가 겹친 환경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글로벌 위상과 산업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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