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를 전격 완화하면서,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그룹들이 수조 원대 규모의 벌금을 면하게 됐다. 2026년 1월 현재 데이터포스와 국제청정교통기구(ICCT)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규제 조정이 없었을 경우 폭스바겐 그룹은 최소 17억 유로(약 2조 5천억 원)에서 최대 22억 유로(약 3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당초 2025년부터 신차 평균 CO₂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감축한 93.6g/km(개별 제조사별 차등 적용)로 제한하고, 초과분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 부진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해, 매년 목표를 달성하는 대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의 평균치로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로 규정을 수정했다. 이로써 2025년에 목표치를 초과하더라도 2026년과 2027년에 더 많은 전기차를 판매해 상쇄한다면 즉각적인 벌금 부과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독일 3사 중에서는 BMW가 유일하게 자사 노력만으로 2025년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BMW는 목표치인 93.9g/km보다 낮은 90.3g/km를 기록하며 규제 적응에 성공한 모습이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목표치를 약 12.5g 초과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지리, 볼보, 폴스타 등 전기차 비중이 높은 브랜드들과 CO₂ 풀(Pool)을 형성해 공동 대응함으로써 실제 벌금 납부는 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텔란티스 그룹 역시 높은 내연기관 비중으로 인해 약 10억 유로의 가상 벌금 대상이었으나, 테슬라 등이 포함된 거대 배출권 풀에 합류하며 방어에 나섰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유예 조치가 제조사들의 전기차 판매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ICCT는 만약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제조사들이 벌금을 피하기 위해 약 5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공격적인 할인이나 자가 등록을 통해 시장에 풀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들이 벌금을 내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2027년까지 목표를 맞추려 할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U의 이번 결정은 결국 현실론이 환경론을 잠재운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폭스바겐이 입을 뻔한 3조 원대 타격이 평균의 마법으로 유예된 것은 업계 입장에선 그야말로 천우신조다.
다만 이러한 3년 유예 정책이 유럽 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늦추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조사들이 급하게 재고를 털 필요가 없어졌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파격적인 전기차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테슬라와 지리가 다른 제조사들로부터 받는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이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얼마나 줄어들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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