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매년 똑같은 말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드디어 다른 말로 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펄어비스가 7년 넘게 준비해온 야심작 붉은사막의 출시가 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격적인 출시 연기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이제는 골드행까지 넘어가면서, 더 이상의 출시 연기는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오는 3월 20일이면 드디어 붉은사막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에 의존된 매출 구조와 신작 개발 비용 증가로 인해 실적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 2022년 매출 3857억, 영업이익 164억. 2023년 매출 3335억, 영업적자 164억, 2024년 매출 3424억, 영업적자 123억으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3분기에 검은사막 실적 호조와 환율 이슈로 인한 깜짝 흑자 전환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4분기 역시 높은 환율 덕분에 영업적자를 면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는 2025년을 영업적자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넘긴 게임이 이정도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긴 하나, 체급이 많이 커진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다. 글로벌 콘솔 시장을 노린 대형 게임인 만큼, 기대치에 걸맞는 판매량을 보일 수만 있다면, 펄어비스의 매출을 급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엔진이기 때문에 엔진 수수료도 없어서, 플랫폼 수수료, 현지 유통사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도 판매 금액의 절반 이상을 순수익으로 가져올 수 있다. 플랫폼 수수료에 퍼블리싱 비용, 엔진 사용료까지 내야 하는 소규모 게임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익률이다.
정말 오래 기다렸던 게임인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 천만장 이상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대치가 높긴 하지만, 해외 유명 게임사의 AAA 게임도 몇백만 장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예측할 필요가 있긴 하다.
다만, 자체 엔진까지 준비하면서 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덕분에 희망적으로 볼만한 사항들이 많긴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체 엔진이기 때문에 엔진 수수료가 없어 언리얼 엔진 등 상용화 엔진을 사용한 게임보다 판매량 당 수익률이 더 높으며, 최적화에서도 좀 더 유리하다.
펄어비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PC, PS5, XBOX SERIES X/S, 애플 맥, 지포스 나우까지 지원한다. 아직 스위치2 지원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스위치2가 지난해 출시됐기 때문에 대응이 늦었을 뿐, XBOX SERIES S에도 돌릴 수 있다면 스위치2도 충분히 돌릴 수 있다. 몇 년 전에 출시됐던 게임들이 최근에서야 스위치2 버전을 공개하는 것으로 볼 때 펄어비스 역시 스위치2 버전 대응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중국어 음성 지원이다. 많은 게임들이 자막은 여러 국가를 지원해도 음성은 보통 자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 붉은사막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음성을 지원한다.
중국은 모바일, PC온라인 게임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 2024년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 후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실제로 PS5 판매량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신화 오공이 전 세계적으로 2000만장 이상 팔렸지만 대부분이 중국 내수 구매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판매량이 붉은사막 전체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펄어비스가 빌리빌리게임쇼, 차이나조이까지 참가하면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지난해 갑작스런 출시 연기 발표도 중국어 음성 지원을 추가하는 작업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참고로, 장르가 다르니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P의 거짓이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100만장, 스텔라 블레이드는 누적 판매량 610만장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출시 이후다. 붉은사막이 싱글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발표하긴 했으나, 10년 넘게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검은사막을 서비스하고 있고, 다른 콘솔 게임들이 라이브 서비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본 펄어비스가 패키지 판매 수익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공개된 영상들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클리프 외의 캐릭터들을 조작하는 장면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으며, 오픈월드 게임이기 때문에 하우징, 낚시 등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도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콘솔 이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스토리 중심의 싱글 어드벤처 게임으로 변경하긴 했으나, 지속적인 매출 확보를 위한 라이브 서비스 관련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본 패키지 가격은 8만원대이지만, 추가 DLC 콘텐츠가 60만원이 넘는 몬스터헌터 와일즈처럼 다양한 DLC를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고, 패키지로 판매된 GTA5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별도의 라이브 서비스로 운영중인 GTA온라인 같은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싱글 오프월드 어드벤처에서 바로 멀티플레이로 전환할 수 있는 넷이즈게임즈의 연운 등 참고할 사례들도 많다.
지난 2021년 게임스컴을 통해 공개돼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도깨비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붉은사막 완성을 위해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투입되면서, 도깨비 개발이 지연되고 있기는 하나, 영상 공개 때 반응을 보면 붉은사막 이상의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붉은사막 개발이 오래 걸린 이유가 블랙스페이스 엔진 개발을 같이 진행했기 때문이니, 붉은사막이 출시된 후에는 도깨비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컨퍼런스콜 때 허진영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붉은사막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개발진의 일부가 도깨비 쪽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만약 붉은사막의 판매량이 기대 이상일 경우에는 라이브 서비스용 콘텐츠 개발 때문에 도깨비 개발이 더 지연될 수도 있고, 붉은사막 판매량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라면 도깨비 개발을 좀 더 서둘러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시선이 붉은사막과 도깨비에 집중되고 있긴 하지만, 이것 외에도 펄어비스의 주가를 움직일만한 요소들이 또 있다. 빅게임스튜디오가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의 퍼블리싱 계약을 엔씨소프트와 체결하긴 했지만, 여전히 빅게임스튜디오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확장을 위해 야심차게 인수한 CCP게임즈 역시 웹3, AI 등으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는 신작 개발비 증가로 인해 펄어비스 적자에 큰 요인이 되고 있긴 하나, 신작이 성공한다면 펄어비스 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소문이긴 하나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어, 펄어비스 주가 움직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펄어비스 주가를 보면 지난해 충격적인 출시 발표 이후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가, 최근 골드행 발표와 포트나이트 컬래버레이션 발표 이후 5만원대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대감만으로 이정도인데, 실제 성적까지 뒷받침된다면 얼마나 더 비상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될 정도다.
물론, 요즘 대형 게임사들도 신작 실패 때문에 휘청거릴 정도로 대형 콘솔 게임 개발은 리스크가 큰 도전이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큰 리스크를 감수한 만큼 성공하면 발더스게이트3를 성공시킨 라리안 스튜디오처럼 회사가 몇단계를 뛰어넘는 퀀텀점프를 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고생해서 준비한 붉은사막이 펄어비스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