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오트 쿠튀르 브랜드 메종 발렌티노가 한국시간 기준 28일 오후 11시, 2026 오트 쿠튀르 컬렉션 ‘스페쿨라 문디(Specula Mundi)’를 공개했다. 이번 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두 번째 발렌티노 오트 쿠튀르 컬렉션으로, 패션을 소비의 대상이 아닌 의례적 경험으로 재정의하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Courtesy Of Valentino
이번 컬렉션은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유행했던 시각 장치인 카이저 파노라마(Kaiserpanoram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에서 진행됐다. 원형 구조 안쪽을 외부에서 은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의 런웨이는 관객 개개인이 고립된 시선으로 쇼를 바라보도록 설계됐다. 혼자 관람하지만 동시에 함께 보고 있다는 모순적인 구조는 시선의 고립과 집단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응시라는 행위 자체를 질문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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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디지털 이미지가 과잉 생산되고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오트 쿠튀르가 제안할 수 있는 다른 시간성을 강조했다. 그는 느림과 근접성, 집중을 통해 각각의 의상이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성립되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카이저 파노라마라는 장치는 가시성을 확장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관객은 하나의 위치에 머물며 부분적인 시선만을 허락받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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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공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현대적인 제단의 형태를 띠었다. 전통적으로 이미지 전환을 알리던 종소리는 테크노 음악으로 변주돼 의례적 리듬을 만들었고, 의상들은 일상의 흐름에서 분리된 현현처럼 등장했다. 이는 옷을 이미지의 무한 순환에서 떼어내어, 성스러운 현존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Courtesy Of Valentino
컬렉션 전반에는 영화와 할리우드 이미지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이 스며들어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영화를 단순한 이미지 기술이 아니라, 신화와 아이콘이 축적된 저장소로 호출했다. 과거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신적 존재들의 자세와 실루엣, 거리감과 빛의 감각은 새로운 화신으로 재해석돼 오트 쿠튀르 의상 속에 구현됐다. 이는 특정 이미지를 참조하거나 헌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화가 다시 신체와 패브릭으로 전환되는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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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페쿨라 문디’ 쇼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발렌티노 가라바니를 추모하며 작성한 서신의 형식으로 전달된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그는 발렌티노의 장인정신과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의 시선과 욕망, 거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컬렉션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발렌티노의 2026 오트 쿠튀르 ‘스페쿨라 문디’는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지를 바라보고 소비하는 조건을 되묻는 거울로 기능한다. 패션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표면이 아닌, 멈춰 서서 바라보고 사유하게 만드는 문턱으로 제안한 이번 쇼는 오트 쿠튀르가 여전히 동시대적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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