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의 조향장치는 샤프트와 기어, 소프트웨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타이어 변형까지 얽힌 복잡한 시스템이다. 그래도 운전자 입장에서 조작만큼은 숨 쉬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가고, 두 배 돌리면 두 배로 급하게 꺾이는 게 당연하다. 가속페달도 그렇다. 전기차는 일상 속도 영역에서 토크가 일정하게 나오니까,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최대 출력, 절반만 밟으면 절반 출력이 나와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르다. 이전에 시승했던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은 가속페달을 3/4만 밟아도 이미 최대 출력이 나왔다. 계기판으로도 확인했다. 그럼 나머지 25% 페달 스트로크는 왜 있는걸까? 무리한 추월할 때 심리적 안정감이라도 주려는 건가?
캐스퍼 일렉트릭만 그런 게 아니다(다른 건 다 좋았다). 요즘은 전기차건 내연기관차건, 스포츠 모드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 같은 건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게 낫다. 대개 전체 출력의 80%를 페달 앞쪽 1/3에 몰아넣어 놓기 때문이다. 차를 실제보다 빠르게 느끼게 만들려는 방법이다. 수많은 제조사가 이런 꼼수를 쓰는 걸 보면, 어디선가 고객들이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라도 있나 보다.
기아 EV6 GT 같은 고성능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당연하게도 점점 더 예민해진다. 최고출력 585마력에 제로백 3.5초짜리 차를 더 빠르게 느끼게 만들겠다니, 솔직히 좀 과하다.
나는 혼자 탈 때도 부드럽게 운전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페달 스트로크가 길면서 끝까지 다 쓸모 있는 차를 만나면 반갑다. 구형 BMW M 시리즈 같은 차 말이다.
가속페달 반응성은 메뉴에서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조향감은 대부분 고정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평범한 차들이 중립 부근에서 너무 예민한 경우가 많다. 르노가 특히 심하다. 그랑 콜레오스의 락 투 락은 2.5바퀴 정도로 전체적으론 빠른 편도 아닌데, 중립 근처가 너무 예민해서 임도에서 부드럽게 달리기가 어렵다. 가변 조향비는 이해한다. 직진할 땐 안정적이고 주차할 땐 핸들 덜 돌려도 되니까. 그런데 일부 르노, 아우디, BMW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다.
이런 인위적인 과민함이 필요 없다는 걸 증명하는 차도 있다. 최근 나온 제네시스 GV60의 조향은 락 투 락이 2바퀴로 빠른 편인데도, 점진적이면서 느낌도 풍부하다. 국산 신차 중엔 최고 수준이다.
이 모든 게 시승 고객한테 당장 '스포티하다'는 인상을 주려는 전략일 거다. 일부 전기차의 터무니없는 출력 수치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번 밟아보고 깜짝 놀란 다음엔, 그냥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이나 하는 거다.
차를 판매하는데 이런 게 필요하다면 뭐라 하진 않겠다. 그래도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본다. 조작계를 제대로 튜닝한 차를 타면(벤츠 EQE, 제네시스 G90, 볼보 EX90 같은) 그냥 '딱 맞다'는 느낌이 든다. 편하다. 뭐가 좋은지 딱 집어 말하긴 어려운데, 효과는 확실하다.
우리 모두 삶에 평온함 좀 필요하지 않나? 이것을 제로백 3.0초만큼이나 강력한 셀링 포인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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