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무역주의와 권위주의 정권이 미국을 후퇴시키고 있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이 대통령이 바뀐다고 모든 정책이 소셜 미디어 한마디로 달라진다. 물론 그 뒤에는 자본이 있다. 21세기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돈을 찍어대 산업구조를 왜곡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양적완화가 배경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위기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20세기 초 자동차 대중화를 통해 산업화를 완성하고 20세기 후반기에는 자동차 왕국이었던 미국의 지금 현실은 미래가 어둡다. 2025년 디트로이트 빅3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8.5%였다. 20세기 말에 일본에 밀렸고 지금은 한국과 유럽까지 가세했다. 유럽과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미국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폐지와 내연기관 우선 정책이라는 거대한 정책 쇼크를 마주하며 2026년 본격적인 역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전 세계가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나홀로 에너지 및 제조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업계 전반에 유례없는 불확실성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는 시장에 즉각적인 직격탄을 날렸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보조금 중단 전 마지막 혜택을 받으려 수요가 몰렸던 2025년 3분기 이후 4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이로 인해 2025년 연간 판매는 전년 대비 2% 감소한 127만 대로 집계됐다.
시장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런던의 벤치마크 미네랄스 인텔리전스는 2026년 미국 전기차 판매가 추가로 29%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 증가가 예상되는 중국과 14% 증가가 전망되는 유럽으로 인해 전 세계 판매가 16%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어쩔 수 없이 GM과 포드는 대규모 투자를 철회했다. GM 은 76억 달러 이상의 투자 상각을 진행하며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다만 테슬라에 이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만큼, 실속형 모델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포드는 지난해 195억 달러(약 28조 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주력 모델인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대외적으로는 북미 공급망의 균열도 감지된다. 캐나다는 최근 농산물 수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에서 6.1%로 대폭 낮추는 실용 노선을 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자동차 시장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결정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연간 최대 4만 9,000대의 중국산 저가 모델 수입을 강행할 계획이다.
GM 메리 바라 회장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국 더 저렴한 모델이 보급되면 사람들은 전기차를 선택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동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행정부의 강경한 반 전기차 기조와 글로벌 시장과의 괴리 속에서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단기적 수익을 위한 내연기관 회귀와 장기적 생존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가 성장하는 가운데 미국만 홀로 거꾸로 가는 이 기현상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지형도의 변화를 예측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많은 투자를 하며 전기차 공장을 건설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디트로이트오토쇼 전에 트럼프가 중국차도 미국에서 만들면 환영한다고 발언해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일부에서는 파격적인 실용주의적 도발이라는 평가도 있다. 단순히 중국을 배척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중국의 자본과 제조 역량을 미국 경제의 하부 구조로 강제 편입시키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의 배경은 러스트 벨트의 표심이다. 리쇼어링이라고 포장을 했지만 일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표밭이던 러스트 벨트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논리는 분명하다. 미국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에서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미국 땅에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차에 부과된 100% 관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제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다시 세우는 데 기여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과거 80년대 일본차들이 자발적 수출 규제 이후 미국 현지 공장을 세웠던 플라자 합의 이후의 흐름을 21세기형으로 재현하려는 의도이다.
중국차가 미국 내에서 생산된다면, 미국 정부는 커넥티드카 규제 등을 통해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센서, 배터리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명분을 얻게 된다. 단순히 수입을 막는 것보다, 미국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미국산 부품을 강제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IT 기술을 미국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중국차의 진입을 디트로이트 빅3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차도 미국에서 만들면 저렴하게 팔 수 있는데, 왜 너희는 못 하느냐는 논리로 기존 노조와의 협상력이나 제조 효율화를 압박하려는 실용주의적 셈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건비를 감안하면 그의 말은 현실성이 낮다.
이 상황은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앨라배마와 조지아HMGMA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관세 리스크를 상쇄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BYD나 지리가 실제로 미국 내 공장을 짓고 3만 달러대 미국산 중국차를 전기차를 쏟아낼 경우, 현대차그룹이 공들여 쌓아온 미국 내 점유율이 잠식될 우려도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부품 비율이 85% 이상이면 관세의 완전 면제를 검토 중에 있다. 기존 USMCA의 역내 부품 비율 75%를 넘어서는 것이다. 단순 조립이 아닌 부품의 현지화가 목표다. 캐나다가 중국 전기차 관세를 100%에서 6.1%로 인하하며 발생한 북미 자유무역 지대(USMCA)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는 중국과의 광물 자원 협력 및 자국 내 저가 전기차 보급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미국과의 공동 전선에서 이탈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는 즉각 캐나다 접경 지역의 원산지 증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이라도 중국 자본이나 부품 비중이 높으면 미국 입국 시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BYD나 지리자동차가 멕시코를 거쳐 우회 수출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배터리 셀부터 반도체까지 미국 내 공급망을 쓰지 않으면 미국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조지아 HMGMA 공장을 건설한 현대차그룹에는 유리한 고지지만, 부품 협력사들의 동반 진출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혼류 생산하며 극복해 가는 모양새다.
중국 기업들은 의외로 트럼프의 요구를 기회로 보는 분위기이다. 유럽 시장이 환경 규제로 장벽을 높이는 사이, 차라리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 미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드와 CATL의 협력 모델처럼, 지분은 미국이 갖되 기술과 운영은 중국이 맡는 식의 합작 법인 형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변수는 멕시코 공장의 가치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많은 제조사가 멕시코를 북미 수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트럼프가 메이드 인 USA만 인정하고 메이드 인 멕시코는 차별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 경우 판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
2026년 미국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차량이 시장 주도권을 다시 탈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 완화 정책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실용주의가 맞물리며 가솔린차 전성시대가 재현되는 모습이다. 토요타가 2028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비중을 지금보다 30% 늘린 670만대로 설정한 것도 그런 흐름을 잘 보여 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바이든 정부의 엄격한 연비 기준(CAFE)을 대폭 하향 조정하며 제조사들의 환경 비용 부담을 덜어주었다. 2031년까지 갤런당 50마일 이상을 요구하던 기준이 34마일 수준으로 완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징벌적 벌금 대신 내연기관차와 대형 SUV 생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신차 평균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져, 고물가에 시달리던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의 내연기관차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폭발적 성장이다. 배터리 전기차의 충전 불편함과 보조금 폐지에 따른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점유율은 약 2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RAV4 등 주력 모델들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다시 내연기관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GM과 포드 등 디트로이트 빅3는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높은 영업이익을 보장하는 가솔린 픽업트럭과 대형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연비 규제가 풀린 틈을 타 미국 빅3는 V8 엔진 같은 고배기량 모델을 다시 주력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GM은 고수익 내연기관 SUV와 픽업트럭 판매를 통해 전기차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징검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6년형 실버라도에 개선된 V8 엔진을 탑재하는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보강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전략 개편으로 2008년 이후 최악의 분기별 손실을 기록한 포드는 주력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대량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수요가 견고한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델에 자원을 집중 투자한다. 포드는 약 195억 달러(약 28조 원)의 비용을 들여 사업 구조를 재편 중이다. 향후 차세대 전기차는 대형급보다는 저가형 소형 모델이나 기업용 상용차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스텔란티스는 램 1500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전격 취소했다. 대신 상징적인 V8 엔진을 부활시켜 트럭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캐나다 배터리 합작사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넘기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해외 업체들 중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의 HMGMA 공장을 당초 전기차 전용에서 하이브리드 병행 생산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며 정책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내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책 변화를 예측한 듯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실익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내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50만대에서 100만대로 20% 줄이며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혼다는 관세 회피를 위해 일본에서 생산하던 시빅 하이브리드 물량을 미국 현지 공장으로 완전히 이전하기로 했다. 닛산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던 일부 SUV(QX50 등) 모델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유럽 브랜드들은 고관세와 공급망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지역 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거나, 역설적으로 캐나다나 중국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하는 양면 전략을 펴고 있다.
해외 업체들은 철저한 현지화를 강조하고 있다. 공급망 문제와 인건비로 인한 생산비 압박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6년은 중단기적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의 강세가 뚜렷하지만, 보편적 관세 도입에 따른 부품 가격 인상과 무역 협정 재협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 내연기관 기술력을 고효율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가 향후 북미 시장 점유율 싸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시작할 때의 움직임이 바뀌고 있듯이 지금의 상황이 또 어떻게 뒤바뀔지는 알 수 없다. 그때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자동차회사들이 중국의 가성비, 속도, 기술력을 감당할지가 관건이다. 자본주의와 권위주의의 결합이 질서를 무너뜨렸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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