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산업이 2026년 현재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포드(Ford),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빅3'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쏟아부은 투자금 중 무려 531억 달러(약 76조 원)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는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산 상각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깃발을 내린 곳은 포드다. 포드는 전기차 부문에서 19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함과 동시에, 전동화 전략의 핵심이었던 'F-150 라이트닝'의 단종을 선언했다. 한때 내연기관 시대를 연 '모델 T'의 재림이라 칭송받던 모델이었으나, 낮은 수익성과 수요 예측 실패를 견디지 못했다. 이어 스텔란티스가 266억 달러, GM이 7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공식화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의 거품이 완전히 꺼졌음을 시사했다.
정책의 급변, 7,500달러 세액 공제와 규제의 종말
미국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본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수요 둔화뿐만 아니라 급격한 정책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전기차 보급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7,500달러 규모의 연방 세액 공제를 전격 폐지했다. 실제로 세액 공제가 사라진 직후인 2026년 1월, 미국의 EV 시장 점유율은 8% 미만으로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 결정적인 타격은 환경 규제의 철폐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2009년 도입되어 17년간 미국 기후 정책의 토대가 되었던 '온실가스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이상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벌금을 내지 않게 되었으며, 테슬라 등으로부터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필요도 사라졌다. 환경보다 경제 활성화를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전기차 전환의 동력을 완전히 앗아간 셈이다.
글로벌 트렌드와의 격차... '고립된 미국'의 우려
미국이 '전기차 겨울'에 신음하는 동안에도 세계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00만 대를 넘어섰으며, 노르웨이(96%), 중국(50%) 등 주요 국가는 이미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특히 중국은 지난 수년간 약 2,500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배터리와 저가형 EV 시장을 장악, 세계 시장 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번 '숨 고르기' 기간을 단순히 내연기관 트럭 판매에 안주하는 시간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제조사들이 이번 규제 완화를 더 나은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한 기회로 삼지 않고 안주한다면, 이 '숨 쉴 공간'이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가스실'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디트로이트가 한국과 중국, 유럽 브랜드의 공세를 견뎌낼 수 있을지가 향후 미국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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